화물연대 파업 보름째 '강대강' 대치…시민들 피로감 '도대체 언제까지'
정부 2차 추가업무개시명령에 노동계 14일 총파업·ILO제소 맞불
"파업 피해 심각"…시민들 "얼른 끝났으면" 피로도 호소
- 원태성 기자, 조현기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조현기 유민주 기자 = 정부의 추가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에 노동계는 2차 총파업으로 맞불을 놨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진 셈이다.
정부와 노동계의 '강대강' 대치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미 보름간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지친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불편은 물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힘겨루기' 보다는 '해법 찾기'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2차 추가업무개시명령…노조, 2차 총파업·ILO 제소 맞불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오늘 2차로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대상은 운송사 240곳, 차주 약 1만명이다. 철강분야의 경우 155곳 6000여명, 석유화학분야는 85곳 4500여명 규모다.
정부는 이날 오후부터 국토부·지자체·경찰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현장에 투입해 업무개시명령서 송달 등 후속조치를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한층 더 강경대응으로 나오자 민주노총은 14일 2차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산별 노조들도 화물연대 총파업에 맞춘 행보를 예고했다. 지난주 전국건설노동조합이 동조 파업을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10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화물연대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12일에는 서비스연맹이 여의도에서 '화물연대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연다. 택배노조 등 서비스연맹 소속 사업장도 동조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에 6일 추가 긴급개입을 요청했다"며 "다음 주 중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정식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은 ILO에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국제노동 기본협약을 위반했다며 개입을 요청했다. ILO는 이에 우리 정부에 의견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정부 "파업 피해 심각" vs 노조 "정부, 대화 않고 겁박만 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노조는 한치의 양보 없는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로 인한 산업과 경제의 피해를 역설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한 총리는 이날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명분 없는 집단운송 거부가 장기화함에 따라 우리 산업과 경제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물류는 우리 경제의 혈맥으로, 물류가 멈추면 우리 산업이 멈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와 민생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석유화학 제품의 출하 차질은 곧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산업으로 확대돼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화물연대의 자발적 복귀를 더 기다리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매우 긴급하고 엄중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조측의 대화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파업 장기화를 정부 탓으로 돌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정부와의 대화 움직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밑 논의 자체가 없고 정부는 단호한 입장"이라며 "대통령이 다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와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원인에 대해 "국토교통부 차관조차 자신은 권한이 없다하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자신들이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 하는데 그러면 대통령이 직접 교섭에 나오시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날 오전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데 대한 입장도 밝혔다.
현정은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대화를 하지 않고 겁박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마당에 우리가 추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 "얼른 끝났으면" 피로도 호소…노조 옹호 목소리도
시민들은 화물연대 파업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전반적으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했다.
물류업계 종사자 전모씨(50·여)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파업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당장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피해를 보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정부가 대화를 하든 노조가 한발 물러서든 갈등이 봉합돼야 우리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유모씨(33)도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파업의 동력이 조금 완화된 것 같다"면서도 "파업이 새해가 넘어가기 전에 완전히 끝나야 암울한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옹호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노조를 옹호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이모씨(34·여)는 "파업이 논란이 되면서 관련 사안을 공부했는데 정부가 지난 6월 노조와 약속한 안전운임제 논의를 안 했더라"며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할 명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의 행동을 보면 노동계를 억압 일변도로 대하고 있지 않나 싶다"며 "정책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정치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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