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미만 보행로' 이태원만 문제?…서울 강북지역 구시가지 심각
서울연구원, 서울 전체 도로의 77%가 폭 12m 미만
4m 미만 도로 종로·서대문·동대문·성북·은평구 순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태원 참사' 발생 장소처럼 좁고 정비되지 않은 도로가 서울 강북 지역 구시가지에 몰려 있으며 신속한 재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서 이미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발생 지점은 폭이 3.2m, 길이는 40m, 경사도는 10%였다. 이처럼 좁고 비탈진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피해가 커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서울시 생활도로 관리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생활도로' 비율은 연장(총 길이)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도로의 76.8%에 달했다. 면적 기준으로는 41.3%를 차지하고 있었다.
생활도로란 폭이 12m 미만으로 좁고 보차 분리가 돼 있지 않으며 주민 일상생활과 직결된 도로를 말한다.
자치구별 분포를 살펴보면 연장 기준으로 양천구(88.0%) 성북구(87.1%) 광진구(82.3%) 관악구(82.1%) 등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면적 기준으로는 양천구(58.6%) 성북구(56.1%) 도봉구(53.8%) 광진구(53.1%) 순이었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구시가지가 발달한 자치구, 강남 지역보다는 강북 지역에 위치한 자치구에서 폭 12m 미만 소로의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방도로에 미달하는 폭 4m 미만 도로 비율을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종로구(37.7%) 서대문구(32.6%) 동대문구(32.5%) 성북구(31.2%) 은평구(31.0%) 용산구(30.7%) 등 강북지역 구시가지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생활도로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체감 안전도를 '위험한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5.2%에 달했다. 이어 '보통'(34.6%) '안전한 편'(24.4%) 순이었다.
불안하다고 느끼는 재난·안전사고 위험 요소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교통사고'를 꼽은 비율이 84.1%로 가장 많았다. '재난·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 곤란'(80.0%)이 뒤를 이었으며 '넘어짐·미끄러짐·추락'(60.1%) '범죄'(46.0%) 등의 응답도 있었다.
재난·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곤란하다는 점과 넘어짐·미끄러짐·추락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도심권 시민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점 개선사항으로는 '불법 주정차·노상 적치물 단속'이 4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보행자 편의·안전시설'(43.4%) '폐쇄회로(CC)TV'(40.6%) '도로 청소 및 쓰레기 투기 단속'(33.1%) 등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행자와 차량 혼재로 인한 교통사고 △불법 주정차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못한 도로에서의 신속한 재난·사고 대응의 어려움 △경사지 노로·도로 포장 불량 구간에서의 넘어짐·미끄러짐·추락 등 안전사고 △노상에서 많이 발생하는 생활범죄 등을 우선 대처할 위험요소로 꼽았다.
또한 중점 개선할 시설환경으로는 △불법 주정차와 노상 적치물 △보행자 편의·안전시설 △CCTV △쓰레기 투기 및 청소 △경사지 미끄럼 방지 △빗물받이 △어두운 야간 조명 등을 들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구도에 대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도로 매칭 사업을 통해 자치구 생활도로 개선 및 확장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자치구 보도환경개선 사업, 미끄럼방지포장 등을 위한 특별교부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치구 이면도로 100개소에 대한 노면표시, 안전표지 등 교통안전시설 보완 설치를 올 11월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불법 노상 적치물에 대한 단속과 계도, 처벌 등이 지금보다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옆 가게에서 무단 설치한 가림막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자영업자 권모씨는 "시에서 나와서 잠깐 단속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며 "사진을 찍어서 남기면 분기별로 과태료를 세게 매기고 철거도 할 수 있는 강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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