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탓인가, 미는 사람 줄었다"…이태원 참사 후 '지옥철' 짠한 풍경

"여전히 밀어" "짜부돼 숨이 턱턱"…개선 없다는 지적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출퇴근길 몸을 구겨 넣는 대중교통에 익숙해진 탓 이번 이태원 참사 원인을 '안전불감증'이라고 보는 분석이 나온다. 참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국사회 '지옥철' 문화와 시민이 차츰 바뀌는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40분, 트위터 사용자 A씨는 "소름 끼쳤다. 건대입구역 환승 구간 계단은 퇴근 시간에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뒤엉켜서 지옥인데 오늘은 계단에 사람들이 일정 간격 두고 서서 기다리면서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려오는 통로도 남겨뒀다. 직원이 교통정리 한 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냥 모두가 약속한 것마냥 질서를 지키고 있다"고 적었다.

이 글은 빠른 속도로 퍼졌으며 2일 오후 기준 2만2000회 이상 공유됐다. 동시에 다른 누리꾼들이 이 트윗을 인용해 각자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A씨의 경험에 공감하는 누리꾼 B씨는 1일 "오늘 지하철 타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밀더라. 그래서 '밀지 마세요!'라고 말하니까 동시에 주위 사람들이 다 멈췄다"며 "충격적이면서도 씁쓸하고 좀 슬펐다. 사람들이 멈췄지만 싸한 분위기는 10초 정도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혼잡도가 높기로 알려진 9호선 이용객은 "퇴근길 9호선 급행에서 겪었다. 보통은 문 닫힐까 봐 빠르게 내리는데 다 같이 약속한 듯 천천히 차례대로 내리고, 타는 것도 아무도 안 밀고 천천히 탔다"고 했다.

(트위터 갈무리)

그뿐만 아니라 "출근길엔 여전히 꾸역꾸역 밀리면서 탔지만, 퇴근할 땐 모두 무리해서 승차하지 않고 계단 올라갈 때도 앞사람이랑 간격 두면서 질서가 잡혔다", "퇴근길에 맨날 넘어질 정도로 밀려서 기예 부려야 했는데 덜 밀더라", "기분 탓인가. 퇴근길인데 밀치는 사람이 없다", "악명 높은 1호선도 나아졌다" 등 증언이 쏟아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자신이 주로 탑승하는 지하철 호선을 언급하면서 "그대로다", "여전히 밀어 타기 하더라", "아침 출근길 지옥이었다.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서 어떤 분이 비명 지르기도 했다", "손잡이 잡고 겨우 버텨서 가는데 이태원 사고 생각나더라", "캐리어 밀고 탄 커플 때문에 짜부돼 순간 숨이 턱 막혀서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타는 지하철 사람들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등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누리꾼들은 시민 의식이 변화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안전수칙은 피로 쓰인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태원 참사가 그만큼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방증", "한국 지하철은 매일 압사의 위험에 노출돼있는데 그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자각한 것 같다. 우리는 변해야 하고 변하고 있다" 등 의견을 내놨다.

한편, 서울시는 2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현장 분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로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지고 군중 밀집지역의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시가 현장점검에 나선 것이다.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과 9호선 등 혼잡도 높은 역을 분석한 뒤 이동 동선, 안전시설 보강, 대피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