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고민 '인성검사 준비 어떻게 하나요'…출제기관에 물어보니

명확한 정답 없어 취준생들 불안감 커져…유료 컨설팅까지 등장
출제기관 "공부 따로 필요 없어…솔직하고 일관되게 답해야"

청년 채용 박람회 2019.1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서울=뉴스1) 손승환 기자 = 취업 준비생 이모씨(25)는 입사를 지원한 기업의 공채 필기시험을 앞두고 인성검사 때문에 불안하다. 언어·수리·추리 영역 등을 평가하는 적성검사(직무능력검사)와 달리 명확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집을 사서 풀어봐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준비다운 준비를 한 느낌이 들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진다. 이씨는 "(인성검사는) 기업의 인재상과 일치하기만을 바라야 하는 것 같다"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씨처럼 뚜렷한 기준이 없는 인성검사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불안해하는 취준생들이 많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취준생 58%가 인적성 검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5명 중 1명은 인성검사를 따로 공부한다고 밝혔다.

◇컨설팅 업체 찾는 취준생 늘어…관련 정보 부족한 탓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윤모씨(27)는 "인성검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긴 하다"면서 "기업들이 평가 방법을 공개해 취준생들의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성검사를 유료로 컨설팅해 주는 업체도 생겼다. 한 컨설팅 업체 홈페이지에는 인성검사 상담 문의가 줄을 지었다. 모의 테스트가 실린 인성검사 문제집은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하고 싶다',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받는 것이 좋다'와 같이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져야 할 응답이 컨설팅으로 인해 획일화하는 등의 역효과도 낼 수 있다. '이 직군은 이렇게 답해야 한다'는 식의 컨설팅이 결국 응답 신뢰도를 낮춰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10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SK그룹의 공개채용 필기전형인 종합역량검사(SKCT)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SK는 올해 공채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는 수시 채용으로 전면 전환한다. 2021.10.1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출제기관 "취준생 현혹하는 상술에 잘 판단하길"

권정은 KP한국인적성연구소 소장은 17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성검사는 응답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검사인만큼 솔직하고 일관되게 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P한국인적성연구소는 지난 1983년부터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인성검사를 시행해 온 전문 출제 기관이다. 최근에는 산업인력공단, 전북대병원 등의 채용에서 인성검사 출제를 맡기도 했다.

권 소장은 "인성검사는 순위를 매기는 테스트가 아닌 부적합한 사람을 걸러내거나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한 시험"이라며 "가이드라인에 따르지 않고 본인의 성향이나 생각, 행동 등을 솔직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성검사의 응답 신뢰도는 일관성 척도와 거짓말 척도로 이뤄진다. 일관성 척도는 응답자가 일관적으로 답하는지를, 거짓말 척도는 거짓으로 체크한 문항이 없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예컨대 공무직은 응답 신뢰도 70점 이하는 부적격 기준이며 60점 이하는 탈락이다. 심리적 안정도(집중력), 정서, 감정 중 2항목 이상에서 60점 미만이 나와도 부적격 기준이 된다.

검사 결과를 의뢰한 기업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를 묻는 말에는 "업체마다 약간 다를 수 있지만 KP는 수치로 표현된 자료와 응답 신뢰도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다만 검사 결과를 적격·부적격 또는 합격·불합격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기업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권 소장은 "인성검사에는 모범답안이나 정답이 없다"며 "인성검사도 공부해야 한다는 말로 취업 준비생을 현혹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 판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권정은 KP한국인적성연구소 소장과의 일문일답.

-직군별로 인성검사 문제지 유형이 다르다고 알고 있다. 귀사에는 총 몇 가지 유형의 문제지가 있나.

▶공기업, 공무직, 대기업, 공무원 총 4개 직군이 있다. 직무별로는 사무직, 기술직, 공직자, 기능직, 생산직, 전산직, 영업직, 금융권, 경찰직·소방직 등이 있다.

-문제지는 검사 의뢰를 받으면 새롭게 제작되나.

▶인성검사는 정답이 있는 적성검사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처럼 문제가 늘 새로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적성검사나 NCS는 모범답안이 있으므로 틀리면 끝나지만 인성검사는 모범답안이나 정답이 없다. 그래서 사람마다 또 시험마다 새롭게 제작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인성검사는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인성검사는 정답이 없다. 총 9가지 발달평가(근면·성실, 책임, 협동, 자주, 지도, 집중, 감정, 정서, 준법)의 수치로 표현되며, 종합점수 수치보단 응답 신뢰도가 더 중요하다.

-만점은 몇 점인가.

▶9가지 발달평가항목의 영역별 만점은 100점이다.

-적합 또는 부적합을 가리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

▶공무직을 예로 들었을 때 응답 신뢰도 70점 이하는 부적격 기준이고 60점 이하는 탈락이다. 또 심리적 안정도(집중력), 정서, 감정 중 2항목 이상 60점 미만이면 부적격 기준이 된다.

-응답 신뢰도는 어떻게 산출되나.

▶응답 신뢰도는 알고리즘으로 일관성 척도와 거짓말 척도를 종합해 산출한다.

-결과지는 의뢰한 기업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나.

▶인성검사 업체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다. 자사에선 의뢰하는 기업에 9가지 발달평가의 수치로 표현된 자료와 응답 신뢰도를 제공한다. 적격과 부적격 기준은 채용 기관에서 정한다.

-'나는 변명해 본 적이 있다', '남이 지속적으로 괴롭히면 화가 난다' 등과 같이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아니다'고 대답하기도 모호한 문항들이 있다. 어떤 답변이 더 좋은 평가를 받나.

▶답을 드리면 안 될 것 같다. 인성검사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의 성향이나 생각, 행동 등을 솔직하고 일관성 있게 체크하는 게 유리하다.

-응시자의 우울함이나 불안감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문항도 있다. 응시자 입장에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까 봐 거짓 답변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럴 때도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평가에 유리한가.

▶인성검사는 그 사람의 성향이나 행동 등을 표현하는 검사다. 거짓으로 체크하다 보면 검사 중반이 지나 혼동이 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시험인 만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들이 많다. 인성검사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달라.

▶인성검사는 순위를 매기는 테스트가 아니다. 대체로 조직 생활에 부적합한 사람을 걸러내거나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한 시험이다. 인성검사 준비를 위한 강의를 판매하는 등 취업 준비생들을 현혹하려는 회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수험생들께서 잘 판단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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