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원 내고 유튜브로 공부"…운전면허 수강료 조정 권고에도 '검토만'
5년간 수강료 등 65% 상승…"강사에 따라 교육질도 천차만별"
도로교통법 개정 후 과정 축소됐지만…과도한 수강료 인상 조정권 없어
- 유민주 기자,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원태성 기자 = # "운전면허증을 딸 엄두를 못 낸다. 집 근처 운전면허학원은 교육비에 접수비까지 합하면 83만원정도 든다. 신용카드가 없어 할부 결제를 못 하는데, 한 번에 지불하기 부담스럽다." (서울 회기역 부근에서 자취하는 27세 김모씨)
# "서울 소재 운전면허학원 도로 주행을 4번이나 떨어졌다. 비싼 돈 내고 등록한 학원 강사의 조언은 유튜브에 올라온 도로 주행 시범 영상 시청 독려와 연습한 대로 하라는 것뿐이었다. 운전면허학원이 돈을 많이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 (경기도 덕소에 거주하는 30대 A씨)
운전면허학원 수강료 급등으로 면허증을 취득하려는 이들이 부담을 호소하지만 가격 조정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되레 비용이 커지지만 교육의 질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 5년간 수강료 등 65% 상승…과도한 수강료 인상 조정 권한 없어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운전전문학원 평균 수강료는 2015년~2020년까지 5년 동안 약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5.42%)을 크게 웃도는 셈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운전면허학원 수강료는 64만원이다. 수강료에 부가세와 시험 비용을 합하면 8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운전면허학원의 무분별한 수강료 인상을 차단할 방법은 없다. 도로교통법 제110조 4항에 따르면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 원가 이하의 낮은 수강료를 받을 때만 학원 교육의 부실화를 우려해 시·도경찰청장이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반면, 과도한 수강료 인상을 막을 조정권은 없다.
학원 측은 원가 계산을 통해 수강료를 책정했다는 입장인데 원가 산출 방법은 공개하지 않는다. 전문가자동차운전면허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 차원에서 지난해 1월 용역 발주를 통해 내부적으로 원가 계산을 의뢰해 각 면허학원에 공지했다"면서도 "용역 회사의 계산법은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 공개 시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2월 경찰청에 "과도한 수강료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야기할 때도 지방경찰청장이 조정하고 검정료 반환은 검정실시 여부를 기준으로 반환하도록 개선하라"며 도로교통법 개정을 권고했다. 그렇지만 이는 아직 내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받아들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현재 내부 검토를 마친 상황"이라며 "현재는 경찰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 강사도 복불복…시간적 여유·선택권 없는 수강생만 고통
운전면허증 취득 비용은 증가하지만 교육의 질 등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이다.
당장 학원의 수가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전국자동차운전면허학원연합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협회 소속 346개 학원 중 수도권에 등록된 정식 면허학원은 10곳에 불과하다. 정식 전문학원은 자체적으로 필기·기능·도로주행 시험이 가능한 학원을 의미한다. 연수 교육만 해주는 일반학원도 수도권에는 13곳뿐이다.
서울 중랑구 인근 학원에서 최근 면허를 취득한 50대 주부 권모씨(여·광진구 거주)는 "남편이랑 함께 등록했는데 합해서 200만원 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진구에서 면목동까지 학원에서 2시간마다 셔틀버스를 운영하는데 가능한 시간대가 많지 않아 이용이 어렵다"며 "학원까지 가는 데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데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비싼 돈을 들여 학원 등록을 했지만 교육의 질에 실망한 이들도 많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최근 1종 면허를 취득한 박모씨(27)는 "3번 떨어졌는데 추가 연수는 부담이 됐고 결국 유튜브를 보고 길을 익히면서 공부했다"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다 부었는데 떨어져도 선생님들이 그냥 영상 보고 외워서 하라는 말뿐이라서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권씨도 "도로주행 수업 때 길도 모르는 강사가 타서 어이가 없었다"며 "아무리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강사라도 50분 수업에 똑같이 6만원 돈인데 너무 아까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자동차운전면허연합회 관계자는 "강사들도 국가 자격을 따서 들어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교육의 질을 한 명씩 따지기는 어렵다"며 "도로교통공단에서 선발해서 취업한 건데 개별 학원 측에서 자격을 논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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