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릴레이…대학가 '술렁'
- 김종욱 인턴기자
(서울=뉴스1) 김종욱 인턴기자 = 고려대학교 주현우씨가 작성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 News1
</figure>'안녕 : 아무 탈 없이 편안함'.
별 탈 없이 편안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 묻는 한 대학생의 질문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생인 주현우씨(27)는 지난 10일 오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자필로 작성해 교내에 부착했다.
주씨는 대자보를 통해 "어제(9일) 불과 하루 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 해제된 것"이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이라며 새누리당이 국회 윤리특위에 장하나·양승조 민주당 의원 제명안을 제출한 것을 비판했다.
주씨는 밀양 송전탑 문제와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를 추가로 언급하며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자보는 IMF 이후 심화된 경쟁 체제 아래에서 성장한 현 20대에 대한 묘사와 함께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됐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cantbeokay)에 게재된 고려대학교 교내 반응 대자보. © News1
</figure>주씨의 대자보는 곧바로 고려대학교 내부의 반응을 불러냈다.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벽에는 20장이 넘는 대자보가 부착됐다. 모두 '안녕'한지 묻는 주씨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자신을 '우리학교 09 강훈구'라고 소개한 학생은 '즐거운 일기'라는 제목과 함께 "부끄럽지만 나는 조그만 용기를 내어 고백하려 합니다.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는 것이 즐겁습니다"라고 끝맺는 대자보를 부착했다. 이외에도 '07 철학 태경', '입대를 앞둔 어느 사범대 11학번 학생' 등의 학생들이 주씨의 대자보와 비슷한 분량의 글을 직접 작성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인천대, 가톨릭대, 연세대, 성균관대 학내 대자보('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 © News1
</figure>동시에 고려대학교 외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대자보가 부착되기 시작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13일 오후 5시30분 현재 인천대, 가톨릭대, 서울대, 성균관대, 중앙대, 상명대, 광운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이 대자보를 부착해 공개하고 있다.
자신을 '무지랭이양'으로 소개한 연세대 재학생은 국정원의 인터넷 대선개입 의혹과 삼성 서비스센터 직원 자살 등의 사건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하면서도 "그런데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시험공부를 한다"고 자조했다. 그는 "올 겨울 모두가 안녕했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대자보를 마무리했다.
이 모든 과정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설 21시간 만인 13일 오후 5시30분 현재 '좋아요' 버튼을 누른 사용자가 1만1000명을 돌파했다. 동시에 위의 대자보 사진과 본문 글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안녕하냐고 묻는 인사가 이렇게 서글픈 시절이다", "'안녕' 한 마디로 큰일이 발생하게 된 것 같다", "다른 대학으로 확산하다니 신기하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읽어보니 문득 쉽게 포기해 버렸던 내가 좀 부끄러워졌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학생한테 생각 없다고 비판했던 어른들은 이 학생한테 칭찬하지 말길. 그냥 조용히 동참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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