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조종사로 살다간 삶, 기억될 것"

'헬기 충돌사고' 조종사 박인규·고종진 영결식 엄수돼
19일 오전 7시 서울아산병원서…유족·동료 300여명
박 기장 대전현충원, 고 부기장 이천호국원 등 안장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충돌사고로 사망한 고(故) 박인규 기장(57)과 고(故) 고종진 부기장(37)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News1

</figure>"최고의 조종사로 살다간 당신들의 삶은 언제까지나 최고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충돌사고로 사망한 고(故) 박인규 기장(57)과 고(故) 고종진 부기장(37)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LG전자 임직원 등 약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사를 맡은 남상건 LG전자 부사장은 "비통한 심정"이라며 "애통한 유가족에게 어떤 말로 위로가 가능하겠는가"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고인들은 나라를 지키며 애국을 몸소 실천했고 늘 적극적으로 소임을 다했다"며 "따뜻한 리더십과 겸양을 갖춘 이들이 최고의 조종사로 살다 간 삶은 언제까지나 최고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기장의 지인 은진기씨(57)는 "고인은 군대 재직 당시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항상 인간미가 넘쳤다"며 "영정사진 속 웃고 있는 얼굴이 오히려 더 먹먹하게 다가온다. 마치 우리에게 '슬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거 같다"고 애도했다.

그는 "안개가 자욱하게 덮힌 하늘에서 생의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려던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다"며 "소름끼치는 그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해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끝으로 "당신이 즐겨 부르던 '파일럿'이란 노래는 더 이상 목이 메어 부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 부기장의 부인은 "오빠, 이제는 오빠의 아내가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살게"라며 "사랑하는 내 오빠, 얼마나 무섭고 아프고 힘들었을까"라며 오열했다.

또 "늘 듬직해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라며 "정작 그 힘든 고통에서 남은 우리를 생각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부인은 "오빠를 이렇게 보내버렸다는 생각에 잠도 못 이루겠다"며 "꿈인지 생시인지 지금까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수고했어'라고 예전처럼 그렇게 말 할 것 같은데"라며 "아이도 더 이상 당신의 손을 탈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한 번도 아빠를 찾지 않는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끝으로 "더 적극적으로 사랑표현을 하지 못해 미안해"라며 "오빠를 만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다. 두 아이들 잘 키울게"라며 오열했다.

추도사를 마친 부인은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기도 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들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량이 빠져나가자 동료들은 고개를 숙여 애도를 표했다.

고인들은 이후 한줌의 재로 변한 뒤 박 기장은 대전국립현충원, 고 부기장은 국립이천호국원 등으로 옮겨져 영원히 잠들 예정이다.

앞서 박 기장과 고 부기장은 16일 오전 LG 임직원을 태우고 전주 공장으로 가기 위해 잠실 선착장으로 향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헬기는 이륙 8분 만인 8시54분께 38층 건물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4~26층에 부딪혀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 기장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고 부기장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건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 기장은 공군사관학교 26기 예비역 중령으로 공군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1999년 LG전자에 입사해 수석기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박 기장은 이 헬기 기종만 2759시간을 운행한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고 부기장은 공사 48기 예비역 소령으로 공군에서 13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2월 LG전자에 입사해 선임기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총 비행시간은 3310시간이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