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락', 환경보전 방향을 묻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장한나 작가, 풍화한 플라스틱 작품 채집·전시
넘쳐나는 플라스틱, 자연과 경계 모호해져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작가 장한나씨의 설치 예술작품 '뉴 락'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언뜻 보면 '돌'이다. 그러나 '모두' 돌이 아니다. '돌 모형'은 스티로폼이 닳고 삭은 것이다. 일부는 폭염을 못 견디고 녹아내린 것도 있다.

'돌 모형'은 작가 장한나 씨가 2020년 전후부터 강원 강릉과 양양, 경북 울진, 인천 대부도, 서울 한강 등에서 채집했다. 장 씨는 이들을 '뉴 락'(News Rock)이라고 명명했다. 앞으로 사회나 자연 어디에서나, 돌처럼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를 담았다.

일부는 해외에서 채집했다. 화산지대인 하와이에선 스티로폼 등이 녹아서 바위에 들러붙어 '돌 모형'이 돼 발견되었다. 과학계는 플라스틱과 결합한 화산암이나 조개껍질 등을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plastiglomerate)라고 이름 붙였다.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는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 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장 씨는 이처럼 자연과 인공물이 결합한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인간 활동이 자연에 끼친 영향을 시각화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과학·환경 예술관 '뮤세온 옴니버섬'에 전시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 ⓒ 뉴스1

'뉴 락'은 단순히 쓰레기를 수집하거나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물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는 과정을 탐구해 외면받았던 환경 문제를 새롭게 부각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더 이상 자연의 외부 요소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장 씨는 "쓰레기 문제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러한 작업은 환경 문제를 보는 시선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 락'은 국립현대미술관, 자하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인천아트플랫폼 등에서 전시됐다.

유엔환경총회(UNEA) '플라스틱 협약'(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국제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이 부산 회의 이후 지지부진한 가운데 '뉴 락'은 단순한 업사이클링 또는 예술 작품이 아니라 앞으로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날카롭게 묻고 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