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협약 '소문난 회의' 먹을 것 없었다 [기자의 눈]

협약문 초안 한 문장도 못 만들어내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부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속담은 하나 틀린 게 없었다.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회의'(INC-5)는 기대에 비해 큰 성과 없이 끝났다. 외교부와 환경부가 자신했던 '중재자' 역할은 제한적이었으며 주요 쟁점은 해결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시한을 넘긴 협상에서도 '1차 플라스틱 폴리머와 생산 감축', '유해 화학물질 퇴출', '재원 마련' 등 핵심 쟁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협약문 초안을 만드는 법률초안작성그룹(LDG)에는 한 문장도 추가하지 못했다.

2022년 1차 회의부터 이어진 산유국들의 강한 반대는 여전했다. 생산 감축을 법적 강제하는 걸 뺀 의장의 수정 '제안문'(논페이퍼)도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 정부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중재자 역할을 시도했으나 산유국 설득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가와 면담했지만 핵심 당사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논의는 폐막 직전에야 이뤄졌다.

한국의 절충안은 재생 원료 사용 확대, 페트병 재활용 함량 증가 등 간접적인 규제 방안을 포함했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감축은 중동 국가들에 또 한 번의 경제적 타격을 의미한다. 산유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지만 환경부 절충안에는 이들 산유국이 납득할 만한 '미끼'가 포함되지 않았다.

플라스틱 감축이 산유국 경제에 끼칠 타격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는 한국 정부가 생산 감축 등 강력한 협약을 위해 적극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부산 회의를 계승한 제5-2차(INC-5.2) 회의는 내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잔칫상'에선 한국이 호스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