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부산 찾는 기후·환경 '감시선'…"플라스틱 감축 합의를"

그린피스 유일 여성 선장…2040년까지 플라스틱 75% 감축 요구
홍콩·대만 찍고 부산…인천항서 동북아 '해상 활동' 마침표

지난 9월 미국 하와이에서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그린피스선박 인스타그램)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여러 환경오염 중) 가장 우려되는 건 플라스틱 관련 오염의 증가입니다. 곧 정박할 부산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합의에 도달했으면 합니다."

10년 만에 환경감시선을 몰고 부산에 입항하는 '레인보우 워리어'의 선장 레티 지넨이 20일 한달 먼저 뉴스1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강조한 얘기다.

헤티 지넨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운용하는 환경감시선의 유일한 '여성 선장'이다.

레인보우 워리어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다음 달 12일께 부산항에 닻을 내린다. 실효성 있는 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레인보우 워리어 입항은 2016년 두번째다.

레인보우 워리어는 겉모습이 특별하다. 짙은 녹색에, 영어로 큼지막하게 'GREENPEACE'라고 쓰여 있고 양옆으로 무지개와 '평화의 상징' 비둘기도 눈에 띈다. 풍력을 일부 에너지원으로 쓰는 만큼 높은 돛대도 돋보인다. 항구에 정박해 있으면 다른 배들과 확연히 차이 난다.

헤티 지넨은 "많은 사람이 호기심을 가지고 배를 찾아온다. 이를 계기로 (플라스틱 문제 등) 환경 문제를 알리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린피스 환경 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선장 헤티 지넨(그린피스 제공) ⓒ 뉴스1

헤티 지넨은 1999년 그린피스에 합류했고, 2016년 '국제 여성의 날'에 선장에 임명됐다. 뱃사람 하면 거친 남성 이미지가 일반적이듯, 세계적으로도 여 선장은 드물다. 그는 "취미로 시작했으나, 삶의 방식이 됐고 이제 (환경감시선이) 내 인생"이라고 밝혔다.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는 (겉모습만 예쁜) 상징적인 배가 아니라, 그린피스의 목소리를 세계에 전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레인보우 워리어는 상업적 포경 금지와 북극 석유 시추 저지, 불법 원양어업 폭로 등에 활용됐다.

이번 한국행은 동북아 '미래 제로 플라스틱을 위한 여정'의 일환이다. 19일(현지시간) 홍콩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에서의 선박 공개행사를 시작으로 11월 5일 대만 기륭항을 경유한다. 이후 11월 중순 INC-5가 열리는 부산을 거쳐 인천항에 삭줄을 매며 동북아 탈플라스틱 여정을 매듭짓게 된다.

헤티 지넨은 부산 INC-5를 통해 실질적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그린피스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75%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부산 회의에서 플라스틱 감축에 대한 구체적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선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등 플라스틱 제품 다생산 국가가 감축 의무에 반발하며 협상이 진척되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그는 "국제 협약이 꼭 맺어져야 한다.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