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한복판 쓰레기소각장은 명소됐지만…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 스키장·카페 활용…오세훈 시장도 방문
폐기물 소각 에너지로 15만 가구 난방 공급 '탄소중립 기여'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코펜하겐 도심 한복판 쓰레기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 ⓒ 뉴스1

(코펜하겐=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덴마크 코펜하겐 카스트루프 국제공항 착륙 중 오른쪽 창문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연안 풍력 발전기가 여러 대 보였다. 그 사이로 '삼각형 건축물'이 눈에 띄었다. "저게 '그거'야" "겨울에 여행 오면 스키 타보자" 유럽 관광객들도 처음 본 듯 웅성웅성했다.

관광객들이 본 건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다. 덴마크 수도 중심에 있는 125m 높이의 쓰레기 소각장 겸 열병합 발전소다.

한국이라면 '혐오시설'로 인식돼 도심 외곽으로 밀려났을 시설이 도심 한복판에 유지 중이다.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와는 불과 2㎞, 정부청사인 크리스티안보르 궁전과는 차로 10분 거리(5㎞)다.

오히려 명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름엔 카페로, 겨울엔 스키 슬로프 역할을 한다. 한쪽 벽면엔 높이 80m의 인공 암벽도 설치돼 있다. 평지가 대부분인 코펜하겐에 '언덕'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게르는 지명, 바케는 덴마크어로 언덕(hill)이란 뜻이다.

아마게르 바케는 1970년대 '아마게르베르케트'(아마게르섬 소각장)로 건설됐다. 2017년까지 운영된 뒤 친환경·지속 가능 시설로 탈바꿈했다.

오염물질 배출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최신 배기가스 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을 최소화하고,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90% 이상 제거하고 있다.

아마게르 바케는 연간 56만 톤의 폐기물을 소각하며, 이 과정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약 15만 가구에 난방을 제공하고 6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아마게르 바케는 덴마크의 탄소중립 목표와 환경 관리 지향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엔 '오염물질 배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노력도 투영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3년 '아마게르 바케'를 찾아 마포자원회수시설을 친환경·지역명소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시 제공) ⓒ 뉴스1

주민과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제공해 혐오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연간 방문객만 약 5만 명이다. 스키장과 암벽등반 등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사람들과 견학을 오는 학생들,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전 세계에서 찾는 관광객 등을 포함한 숫자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마포에 조성할 자원회수시설을 놓고 "시민이 사랑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설에 대한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

소각장 건립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편의시설, 심미성 등 지역주민 맞춤형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면 '한국형 아마게르 바케'는 '혐오'를 뛰어넘는 '친환경·탄소중립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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