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 못 뜯습니다"…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유럽 '초강수'

[북유럽발 기후 미래]⑧EU, 7월부터 플라스틱 지침 시행
음료업계 로비·반발에도 강행…연간 50만 톤 해양 쓰레기 저감

편집자주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어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첨단 기술은 막 활발한 논의가 시작됐다. 기후·환경 선진국 북유럽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받은 물병(오른쪽)은 뚜껑을 완전히 떼어낼 수 없도록 돼 있다. 뚜껑이 떨어진 자국 뒤로 뚜껑을 쉽게 뒤집을 수 있도록 돕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생산·소비되고 있는 플라스틱병(왼쪽)과 대조적이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헬싱키·룬드=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앞으로 유럽에서 '플라스틱 병뚜껑'이 나뒹구는 걸 보기 어려워진다. 7월 '유럽연합(EU) 플라스틱 포장 지침'이 시행되면서 유통되는 모든 플라스틱병에 뚜껑이 부착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산업계 반발에도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강제 조치인데, 현지에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유럽 기후변화 대응 취재 중 받은 물이나 음료병은 뚜껑을 떼어낼 수 없도록 설계돼 있었다. 병뚜껑과 뚜껑을 떼어낸 뒤 병목에 남는 플라스틱 링(Breakaway Band)이 해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부분이 끊어지지 않도록 절단하지 않는 것도 있었고, 부착된 병뚜껑을 들어 올려서 자동으로 뒤집히는 '시소' 형태로 제작된 제품도 있었다. 비슷한 음료라도 회사마다 뚜껑을 고정하는 방법이 달랐다.

EU의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ingle Use Plastics Directive, SUP Directive)은 2019년 채택돼 올해 시행됐다. 뚜껑이 독립적으로 버려질 경우 재활용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처리돼 환경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를 기반으로 제도가 실시됐다.

병과 뚜껑을 통일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대부분 병은 PET, 뚜껑은 PP를 사용해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SUP Directive에 발맞춰 몸통과 뚜껑 등 병 전체의 소재를 통일했다. 플라스틱병 소재 기업 오리진 머티리얼스(Origin Materials)는 병과 뚜껑을 단일소재인 PET로 생산해 재활용성을 높였다.

음료업계에선 자율이 아닌 강제성 있는 규제 도입에 대해 반발하고, 제도를 완화하기 위해 로비해왔다. 특히 코카콜라와 펩시코, 유니레버 등 다국적 기업은 유럽음료산업협회(UNESDA) 등을 통해 뚜껑이 병에 부착되는 설계는 소비자 불편을 키우고, 생산 비용도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EU는 SUP Directive를 통해 연간 50만 톤의 해양 쓰레기가 감소할 것이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며 병뚜껑 부착을 추진했다. EU 환경청(EEA)은 SUP Directive 시행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폐기물이 35%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는 플라스틱병에 뚜껑 부착 사례가 없다. 관련 조항도 전무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향후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뚜껑과 몸통을 단일 소재로 제작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는 걸로 확인됐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했습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