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실황' 에미상 수상감독이 엮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다보스 포럼 상영작 '히어 나우 프로젝트'…재난 총 망라
시민이 기록한 현장… 인류 위기, 공동행동 촉구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영화 '히어 나우 프로젝트'(The Here Now Project)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 위기를 소개하는 영화나 설치예술 작품, 공상과학(SF)이 가미된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다 보면 댓글에 '현실감 없다'는 내용이 가끔 보인다. 살아가는 환경이 저마다 다르다 보니 극지방에서는 열대 지방의 해수면 상승을 쉽게 생각해 보기 어렵고, 따뜻한 아열대 지방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빙하를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를 총망라해서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다면 여러 국가가 생각하는 기후 문제의 한계를 이해하고 또 총의(總意, 공동체의 동의)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시카고 출신 그레그 제이컵스 감독의 '히어 나우 프로젝트'(The Here Now Project)는 전 세계 기후 재난을 묶어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그는 9·11 테러를 실시간으로 재구성한 영화 '미국을 바꾼 102분'(102 Minutes That Changed America)을 통해 에미상을 받았다.

그레그 제이컵스는 2021년 발생했던 전 지구적 기후 재난을 하나로 엮었다. 미국 텍사스의 기록적인 한파와 눈 폭풍, 케냐에서 발생한 메뚜기 떼의 농경지 습격, 캐나다의 대형 산불, 독일과 중국의 홍수, 뉴욕의 열대성 폭풍 등을 순차적으로 주목했다.

대부분 영상은 일반 시민이 촬영한 것을 제보받거나 수집했다. 감독이 현장에서 기후 재난이 발생할 것을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실제 상황'을 담았기에 각 지역 촬영자나 주변이 느끼는 당혹스러움이나 공포감 등도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감독은 관객을 '시청자'에서 '기후 재난 증인'으로 끌어들였다.

'히어 나우 프로젝트'는 기후 문제를 분석하는 통계나 과학적 해석보다는 각 지역의 '기후 취약계층' 목소리에 집중했다. 기후 영화의 '고전' 격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아카데미 수상작 '불편한 진실'이 기후문제를 정치와 숫자로 엮은 것과 대비된다. 그레그 제이컵스 감독은 "인류가 공통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함께 행동할 필요성이 있음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영화는 올해 다보스 경제포럼에 초청돼 상영됐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9월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하나뿐인지구영상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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