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영해 지키는 독도 코앞서 생각난 '북극의 비가'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2016년 빙하지대에서 피아노 연주
2035년에 북극 빙하 '완전 소멸 수순' 가능성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지난 25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 모습. 2024.6.29/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울릉=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독도 자생식물 '해국'을 비롯해 멸종위기종 매 서식 여부, 침입종 '집쥐' 확대 상황 등을 확인하기 독도를 찾았지만 높은 파고로 상륙하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만 봤다.

독도는 굳건했다. 동도는 너그러운 마음이 느껴질 듯 유려했으며, 깎아지르는 한 높은 절벽이 일품인 서도는 웅장했다. 다만 입도(入島)하지 못하고 멀어져 갈수록 홀로 영해(領海)를 지키고 있는 모습은 조금 외로워 보였다.

먼바다에 점 하나, 넓은 북극의 유빙 사이에 홀로 앉아 있던 이탈리아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겹쳐 보였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2016년 신곡 '북극을 위한 엘리제'(비가, 悲歌)를 내놨다. 초연 장소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빙하지대에 설치된 인공 무대였다.

이탈리아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노르웨이 스발바르 빙하지대에서 '북극을 위한 엘리제'를 연주하고 있다. ⓒ 뉴스1

그는 아무도 없는 텅 빈 북극에서 처연한 선율을 약 3분간 이어나갔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사이에도 뒤에서는 빙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영상 말미에는 '북극을 구해달라'(Please save the arctic)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예술가가 기후 문제에 뛰어든 것은 빙하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 등으로 태평양 도서국은 수몰 위기에 내몰렸고, 해안에 만들어진 도시의 위험 상황도 잦아질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연구진은 북극 빙하가 2035년이면 면적이 100만㎢ 미만으로 감소해서 '완전 소멸 수순'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연구 논문 '얼음 없는 북극해 전망(Projections of an ice-free Arctic Ocean)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특히 연구진은 어떤 탄소배출 시나리오에서도 해빙의 완전 소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예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연구진은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줄일 수 있다면 빙하가 원상 복귀할 수 있다고 봤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비가 연주는 2100만 명이 봤다. 홀로 연주한 곡이 수도권 인구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움직였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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