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염, 역사상 가장 강력…"로마 무너뜨린 무더위보다 강했다"

英·獨 연구진, 나무 나이테 분석 통해 무더위 역사상 비교
네이처 등재…"기후변화 마지노선 1.5도 벌써 넘었다" 경고

서울시내 한 물놀이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3.8.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23년은 기원후 2000년 간 여름 중 가장 무더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 연구진은 15일 나무 나이테 분석 방법을 통해 2023년 여름이 기록상 가장 더웠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등재됐다.

여름철 날씨 관측은 19세기인 1850년대에 지역적으로 시작해 누적 관측치를 확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공동 연구진은 2000년에 걸친 나이테 해석을 통해 2023년 여름의 무더위가 이례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기원후 자연적인 기후 변동을 고려하더라도 2023년 여름은 로마제국 전성기 이후 가장 더웠다. 로마제국은 기원전 27년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번성했다.

그러나 미국 출신 역사학자 카일 하퍼의 역사서 '로마의 운명'에 따르면 로마는 기후변화에 따른 특정 미생물 번식과 일조량 감소 등 추위, 곡식수확량 감소 등의 복합적 영향에 따라 몰락의 길을 걸었다.

연구진은 지난해 여름의 경우 '자연 기후변동'의 극한을 초과했다고 분석했다.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기온 상승이 과학적으로 규명한 셈이다.

연구진은 특히 2023년 전세계 여름철 기온 평균값이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보다 2.07도 높아서 2015년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마지노선'이 깨졌다고 분석했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는 파리 기후협정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고자 노력을 다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한편 지난 2000년 중 가장 추웠던 여름은 기원후 536년이었는데, 2023년과 비교해 3.93도 낮았다.

연구진은 2024년 초여름까지 엘니뇨가 지속되며, 올여름 기록적인 더위가 전세계를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이같은 기후 전망은 이미 작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리브유 생산량 감소로 가격은 30% 안팎 뛰었고, 와인과 커피, 초콜릿 원료 코코아 등의 생산량이 줄 것이라는 게 국제기구 분석이다.

연구를 이끈 얀에스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이츠대 교수는 "더 길고 심각한 폭염과 장기간의 가뭄을 겪게 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즉시, 시급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