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강화 무더위에 작황 '들쑥날쑥'…'히트플레이션' 밥상 덮친다
올리브 생산량 30% 감소…주 생산지 스페인 낮 기온 40도 육박
와인·커피·코코아 값 오를 듯…2029년까지 4100조 손실 전망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사과와 배 등을 포함한 식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재배 면적과 생육 상태 등은 기후변화 영향이 가장 크다. 특히 올리브유 등 기호식품을 주로 재배하는 유럽과 대규모 경작하는 남아메리카·동남아시아가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로 작황이 들쑥날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를 덮쳤던 '히트플레이션'이 정례화하는 양상이다.
14일 환경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계는 대형마트 기준 올리브유 가격을 30% 안팎 인상했다. CJ제일제당과 샘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에 가격 인상을 통보한 상태다.
올해 올리브유는 전세계적으로 30% 이상 생산량이 줄었다. 올리브 오일은 스페인과 그리스, 이탈리아 등 3개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4월 중순에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을 겪었다. 스페인의 낮 기온은 38도를 넘겼고, 지난겨울의 기온도 30도에 육박했다.
무더위와 함께 강수량이 줄자 바르셀로나는 처음으로 선박을 통해 외국에서 물을 수입하는 강수(強手)를 검토하기도 했다.
올리브 오일 생산 감소는 지난겨울~올봄이 특이한 것은 아니다.
식음료 전문분석지 '푸드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22~2023년 전세계적으로 244만톤의 올리브 오일이 생산됐다. 2023~2024년엔 200만톤이 예상되는데, 이는 생산량이 4년 평균 생산치보다 약 23% 줄어드는 것이다. 수요는 같거나 증가했으나, 5병 중 1병의 올리브 오일이 매대에서 사라진 셈이다.
고온 현상에 품질 저하도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 올리브 오일 생산업체 스페인 데올레오는 올해 초 스페인산 올리브 오일에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온 현상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 즉 '히트플레이션'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그 전에도 생산량 변동은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전세계 평균기온 기록이 매달 경신하면서 히트플레이션이 본격화했다.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2022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영향으로 2023∼2029년 최소 3조 달러(약 4105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기후·환경 NGO 그린 얼라이언스는 최근 "올리브 오일 히트플레이션 사태가 다른 작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더위가 계속될 경우 올리브 오일에 이어 와인 업계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따르면 지속적인 고온 현상으로 전 세계 와인 포도 재배 지역의 85%가 위협에 처해 있다.
국제 포도·와인 기구(OIV)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와인 생산량은 62년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호주의 생산량이 26%, 이탈리아 23%, 스페인 20% 감소했다.
이밖에도 베트남에서는 올해 로부스타 생산량이 20%, 서아프리카에선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생산량이 11%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국제기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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