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GTX 뚫는 기술로 빗물 대심도 속도…기술력 해외 수출"
15일 홍수기 시작 앞두고 환경부 빗물터널 점검
"터널 준공 뒤 양천 침수 6000→0건…정비사업도 병행"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10일 서울 양천구,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엔 버튼이 2개, 1층과 P밖에 없었다. P를 누르고 내려가자 지하 11층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나 깊이를 가늠케 한다. 도심 지하 40m, 지름 10m의 터널은 빗물 냄새로 가득했다. 서울 서부권의 침수 '수호자' 격인 국내 1호 도심 대심도 터널, '신월 빗물 터널'이다.
환경부는 홍수기 자연재난대책기간(5월 15일~10월 15일)을 앞두고 10일 현장 점검에 나섰고, 추진 중인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 터널 추진 상황을 공유했다.
빗물 터널은 단순히 구멍을 뚫어서 물길을 내는 공사가 아니다.
지표면의 고저를 고려해 빗물이 많이 모일만한 곳에 집수공을 만들어야 하고, 한 번에 많은 물이 유입될 것을 고려해 구간마다 벽을 다른 두께로 제작해야 한다. 터널 구간 곳곳에 유속을 조절할 '공기 터널'(환기 수직구)도 필요하다.
신월 빗물 터널에는 나선 모양으로 홈이 나 있다. 물이 직진하지 않고 곡선을 그리며 압력과 물길을 분산하도록 하는 장치다. 움푹 팬 일종의 호수도 만들어 압력을 조절한다.
신월 빗물 터널은 지난 2010년 시간당 93㎜ 폭우가 내린 뒤 계획돼 총사업비 1380억 원을 투입해 2020년 완공했다. 직전에 6001가구 침수 피해를 보았던 양천구는 이후 한 번도 침수를 겪지 않았다.
현장을 둘러본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신월 공사를 추진해 본 역량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강남역·광화문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2022년 강남역 침수 사태를 겪은 뒤 새 빗물 터널을 추진 중이다.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에 각각 사업비 5386억 원, 3298억 원, 5005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시공사 선정이 유찰을 거듭하며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 2011년엔 광화문 광장 등에 빗물 터널이 추진됐으나 엎어진 적도 있다.
이 때문에 2027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계획은 2028년 12월까지 미뤄진 상태다. 한 장관 발언은 예산 문제로 공사가 더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올해 말 안에 빗물 터널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터널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굴착했던 건설 방식(NATM)을 활용해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만 3곳의 대심도 터널이 완성되더라도 폭우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대마다 특징이나 빗물받이 청소상태 등 세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기철 서울시 치수안전과 대심도사업팀장은 "대심도 사업은 100년 빈도 폭우를 예상해 추진하지만, 관거 개선 등 정비사업 등도 병행해 시행해서 모든 지역 침수를 해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신규 빗물 터널 건설간 터득한 노하우나 수문 운영 기술 등을 '녹색 기술'로 보고 수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이날 현장 점검에는 환경부가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 외신 등도 동행해 한국 기술 현황을 살폈다. 환경부는 지난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상하수도 확장·개선 사업 수주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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