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거장은 왜 원전 필요성을 주장하나[황덕현의 기후 한 편]
'뉴클리어 나우'…실용주의적 관점의 원전 필요성 주장
원전의 위험성 일본 투하 핵폭탄에 비유…'논쟁적 영화'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스노든, 월드 트레이드 센터, 월 스트리트. 금융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영화다. 이들 영화는 모두 한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과 골든 글로브 5관왕을 차지한 할리우드 거장이 최근 '탄소중립'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영화를 내놨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뉴클리어 나우'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주장은 명료하다. 현시점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이 필수라는 것이다.
'기후변화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를 막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거나 중지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시간당 1㎾ 일률이 10g 이하인 '무탄소 전원' 중 하나다. 대중적인 에너지 생산 기반 중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다. 풍력의 절반, 태양광의 25%, 가스나 석탄과 비교하면 최대 100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데서부터 다 쓴 원전 폐기물을 보관·저장하는 '전주기 평가'(LCA)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과학적 근거를 여럿 제시하며 원전은 위험하다는 일반의 시각에 반박하고 있다. 후쿠시마·체르노빌 사고는 대응이 미흡했던 인재이며, 실제 인명·재산 피해는 석탄·석유 산업보다 적다는 것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현재 세계 41개국에 원전 400기 이상이 가동 중이며, 미국에만 93개의 원전이 가동 중인데 위 2건의 사고 외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없었다는 걸 증거로 들었다.
다만 '안전한 원전'은 현재까지의 상태이며, 앞으로 더 노후화될 원전의 안전성은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최근 김성환·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린피스와 함께 밝힌 지진 대비 노후 원전 자료에 따르면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원전 내 앵커볼트가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원전 내 앵커볼트는 설계 지진 요건을 만족한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앞으로 산업 발전 등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개발도상국 등에서 원전을 다수 짓기 시작할 경우 안전성 확보에 대한 국제적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원전 개발과 폐쇄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은 정쟁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사업을 육성하는 탄소중립 선언을 한 뒤 노후원전 조기 폐쇄를 시도하며 탈원전 정책을 밀었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탈원전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작고, 민생을 압박한다며 새 탄소중립 정책을 세웠다. 원전을 놓고 정치권도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여러 쟁점이 난립하는 가운데 거장은 '탄소중립에 원전 필수'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답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 세대는 답을 적어야 한다. 원전이 정답일지 오답일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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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