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위험에도…원전을 친환경의 답에 넣으려면[황덕현의 기후 한 편]
영화 속에선 기술·매뉴얼·정쟁으로 노동자 목숨으로 위기 해결
정부 내세운 '무탄소 에너지원' 자리매김하려면 안전 '과유불급'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풍력 발전보다 적은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이 있다면 어떨까. 전 세계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에너지 불평등도 해소할 수 있고, 태양광 발전처럼 에너지원을 놓고 여야 간 정쟁을 벌일 필요도 없다. 그런 에너지원이 벌써 우리 곁에 있다면?
원자력 발전은 시간당 1㎾ 일률이 10g 이하인 '무탄소 전원' 중 하나다. 대중적인 에너지 생산 기반 중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다. 풍력의 절반, 태양광의 25%, 가스나 석탄과 비교하면 최대 100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원전 발전 원리 때문이다. 원전은 핵 분열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한다. 핵 분열 반응에는 탄소(C)가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배출되는 탄소도 없다.
핵 분열 반응에 따라 원자로에서는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그 양은 다른 발전과 비교하면 무척 적은 수준이다. 원료 생산부터 폐기 단계까지의 '전 생애주기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에도 원전은 탄소 발자국이 적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원전 수출로 친환경 산업 성과를 쌓았다며 홍보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상용화하기 위해 'SMR 산업연합'을 구축하는 등 원전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고효율 저탄소 에너지원은, 그러나 '폭발'이라는 위험성 때문에 각광받지는 못했다.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로 그 피해가 지역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전 세계가 목격했기 때문이다.
1986년 구소련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최소 피폭자만 20만명, 최대 사망자는 1만5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폭발사고는 지역 경제를 붕괴시켰고, 일부 원주민은 1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사고발생 뒤 오염수 방류도 전 세계적인 논쟁을 불렀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사고 초기 수습의 미숙함과는 별개로 지진 해일, 일명 '쓰나미'의 여파로 발생한 만큼 내부 대비·통제에도 언제든 원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일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박정우 감독의 지난 2016년작 '판도라'는 그런 상상을 기반으로 최악에 최악을 거듭하는 결정을 가정했다.
원전이 폭발했으나 정치적으로 임명된 소장은 위기 대응 매뉴얼대로 대처를 하지 않았다. 정치권과 행정부는 지역 갈등에 표심을 계산해 가며 행동했다. 결국 영화 속 원전 사고는 원전 현장직 노동자가 목숨을 바쳐서 사회를 구한다는 신파 섞인 영웅적 서사로 끝났다.
이 영화는 당시 원전의 내구 압력과 설비, 피폭 위험 축소 등이라는 영화적 상상력 혹은 오류로 지적을 받았다. 박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원전의 위험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면 그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이라며 팩트보다는 '공상과학'(SF) 성격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이달 중순 막을 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렸던 COP28에서 정부는 원자력에너지까지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 100%를 공언했다. 무탄소 연합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일본, 영국 등 22개국은 COP28 기간 2050년까지 원전 에너지 용량을 3배로 확대하겠다는 협약에도 서명했다. 국제적 흐름이 원전 확대로 선회하는 중인 셈이다.
한번 오염된 지역은 수십~수백년 내에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에 원전 추가 도입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위험 부담을 안고라도 원전이 필요하다면 SF 영화같은 상황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원전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영화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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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