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퇴출' 못한 기후총회…내년에도 산유국서 열린다
UAE가 공유한 2차 초안서에서 '화석연료 퇴출' 문구 삭제
지구 온도 상승 2.1~2.8도 제시…1.5도 목표 달성 어려워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파리협정 이후 첫 '이정표'가 될까 기대감이 높았던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COP28)는 '화석연료 감축'을 화두로 던지며 끝났다. 석탄도 석유도, 탄소중립을 위한 '퇴출'(phase out)은 없었다. 탄소 감축의 시급성이 떨어지는 결정이라는 평가다.
진전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2021년 COP26 당시 퇴출과 감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에너지원의 범위는 확대됐다. 다만 지속적 감축 노력 대신 COP29까진 '현상 유지' 가능성이 높다. 내년까지 3년 연속 산유국 영향 아래 COP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15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렸던 COP28은 당초 폐막이 예정됐던 12일(현지시간)을 하루 넘겨 폐막했다.
COP28은 폐막하며 'UAE 컨센서스'(합의문)을 남겼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와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논의하기로 했던 2013년 COP19의 '바르샤바 메커니즘' 실행 등이 담겼다.
이번 COP28은 개막 전 '파리협정'의 중간고사 격인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파리협정 당시 세계 각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세워 유엔에 제출하고 이행 수준을 보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간고사는 '낙제'했다. 당사국들이 제출한 NDC가 제대로 이행되면 전 지구적 온도 상승을 2.1~2.8도로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 '마지노선'이라고 일컬어지던 '산업화 시대 이후 평균기온 1.5도 상승 제한'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COP28에서는 탄소 다배출 원료인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의 중단 시기를 못 박지 못했다. 앞서 공개된 합의문 초안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담겼으나 COP28 폐막 직전이던 11일(현지시간) UAE가 작성해 공유한 2차 초안에선 해당 문구가 삭제돼 논란이 됐다.
유럽연합(EU)과 일부 선진국, COP28에 참여한 환경단체는 그간 주장해오던 '화석연료 퇴출'이 무위로 끝나자 현장에서 반발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서명 거부를 시사하는 등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기도 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UAE의 초안은 석유수출기구(OPEC)의 요구를 받아 쓴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UAE 등 산유국이 들고 나온 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강화다. 다만 CCUS가 수송·산업·발전 등 부문의 탄소를 감축하는데는 규모가 한정적이고, 아직 투자 대비 효용이 적어서 대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CCUS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이다.
결국 COP28은 더 진보된 탄소감축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2024년 COP29도 비슷할 것이라는 우려다.
COP29는 중앙아시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다. 아제르바이잔 역시 산유국으로, OPEC과 산유국 연대체인 '오펙 플러스'(OPEC+) 가입국이다. '화석연료 감축'을 최대한 지연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산유국의 입장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OPEC은 COP28이 한창이던 지난 6일 주요 산유국에 보낸 서한을 통해 COP에서 '화석 연료 퇴출'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산유국) 국민의 번영과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번 COP28의 성과와 향후 방향을 설명하는 포럼을 개최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조홍식 COP28 대통령특사(기후환경대사) 권형균 SK E&S 수소부문장, 청년 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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