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더니 역대급 폭우·내일은 영하권…오락가락 겨울 날씨

엘니뇨에 대륙 고기압 평년보다 덜 확장한 영향 겹쳐
평년보다 따뜻한 바다서 수증기 다량 증발…많은 비

전날부터 강원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을지부대 장병들이 12일 오전 최전방에서 빈틈 없는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3.12.12/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겨울철 치고 역대급으로 따뜻했던 날씨에 이어 역대급 많은 비와 눈이 동시에 내렸다. 전국 곳곳의 아침 기온이 13일 다시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겨울철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12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대관령에는 하루새 92.2㎜ 비가 내려서 현대 기상관측이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12월 강수량이 기록됐다. 직전 기록은 51년 전인 1972년 69.3㎜다. 강릉(91.2㎜)에는 1934년(83.5㎜) 이후 89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대전(37.0㎜)과 군산(40.0㎜) 전주(35.9㎜) 울진(80.2㎜) 구미(39.7㎜)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곳곳의 12월 일 강수량 최곳값이 경신됐다.

비가 얼어 눈으로 내린 곳에는 고성(향로봉) 72.7㎝를 비롯해 15.0㎝ 이상 눈이 내린 곳이 많았다.

이번 비는 중국 남부 지방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 남쪽을 지나가면서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끌어온 수증기 영향으로 내렸다.

최근 중국 남부의 수온은 최고 25도를 웃돌고 있다. 많은 양의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강한 비가 내리는 조건이 갖춰졌다.

비구름은 남부지방을 관통하면서 지나쳤다. 이런 양상은 평년의 겨울비 양상과 다소간 차이가 있다.

겨울비는 보통 찬 대륙 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온 고기압의 소멸 뒤에 따라 붙은 저기압의 대기 불안정 영향으로 내렸다. 비도 강하지 않았고, 서해안 위주로 내렸다.

다만 올해는 대륙 고기압이 평년보다 덜 확장하면서 저기압이 남부를 비롯한 한반도에서 자유롭게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양상의 대륙 고기압은 12월 초중순 낮 기온이 20도를 웃돌았던 따뜻한 날씨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쪽에서 확장한 고기압 주변을 따라 따뜻한 서풍이 유입되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대륙 고기압의 확장은 기상 패턴의 변화와 엘니뇨 등과 연관이 있다. 기상 패턴은 지역·상황별 대기의 상태가 변하는 것인데 기후변화 등 다양한 기후 요인과 관련성이 크다.

13일 아침에는 기온이 -3~7도로 예보돼 하루새 기온이 최고 10도가 떨어지겠다. 다시 찾아온 추위도 대륙 고기압 영향이다. 대륙 고기압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찬 공기가 북쪽에서 남하한다. 평년(-8~3도)보다는 기온이 높지만 기온 변동 폭이 커서 춥게 느껴지겠다.

평년보다 오락가락한 날씨에는 엘니뇨 영향도 있다. 엘니뇨는 해류 패턴 전반을 바꾸면서 대륙 고기압의 강도와 위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올라가는 현상이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다량의 수증기가 증발하고, 이것이 거대한 상승기류를 만들면서 전 지구적 기상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북극 빙하가 녹고 있는 점도 기압 배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극 해빙은 평년보다 적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가 낸 '북극 온난화 증폭이 겨울철 동아시아 한파 발생에 미치는 영향 고찰'에 따르면 북극의 온난화에 따른 해빙 감소는 유라시아 한파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한파를 강화·지속 하는지 약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대륙 고기압의 영향 정도와 엘니뇨의 강도 등에 따라 올 겨울철(12~2월)에는 비교적 날씨가 따뜻하겠다. 기상청은 2월까지 중기 전망을 통해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이 20%로 봤다. 12월과 2024년 2월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40%, 2024년 1월에는 30%다.

추가적인 강한 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기상청은 "저기압의 이동 경로와 수증기량에 따라 강수 강도는 변동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