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여성에 더 폭력적…식량·성폭력 위험 증가"

COP28서 "기후변화 대응 의사결정 참여 보장해야"
식음료 세션에선 전 세계 인구 38% 영양실조 지적

(COP28 사무국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구에 대한 모든 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입니다. 기후변화와 환경 악화는 여성이 직면하는 폭력에 대한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여성에게 더 폭력적이므로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제기됐다. '기후 페미니즘'과 함께 지속가능 식음료 산업 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여파가 실생활로 한발 더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COP28은 닷새째인 4일(현지시간) '젠더 대응 정의로운 전환·기후행동 고위급 대화' 행사를 개최했다.

COP28에서 정한 '성평등의 날'(Gender Equality Day)을 기념해 열린 이 행사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시마 사비 바후스 유엔 여성기구(UN Women) 사무총장, 타임지 '올해의 여성' 아이샤 시디키 미국 뉴욕대 법대 연구원, 그렉 풀리 유엔 인도주의 사무국 기후책임자 등이 참석했다. COP에서는 지난 2020년 COP25부터 성별행동계획(GAP)에 따라 젠더 관련 행사를 운영 중이다.

힐러리 전 장관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서 여성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염에 취약한 지역에서 특히 여성과 소녀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 전 장관은 "(권리가 부재한 지역의) 여성에게 권리가 부여되면 온 가족에게 권위가 부여된다. 우리는 여성 권리신장을 통해 기후 변화도 돌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P28 참여자 단체사진(COP28 인스타그램) ⓒ 뉴스1

시마 사무총장은 "여성이 (기후변화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 보다 중심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COP28 단체사진 내 주요국 대표가 대부분 남성인 점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대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급은 최근 유엔 여성기구가 발표한 '페미니스트 기후 정의·행동 양식' 보고서와 관련이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2억3600만명의 여성이 식량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는 남성(1억3100만명)의 2배 수준이다. 아울러 기후위기 분쟁 등이 지속됨에 따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 빈도도 높아질 수 있다.

COP28 참여국들은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및 정의로운 전환 보장을 지원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기후변화 대응에 여성의 입장이 보다 많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는 호주와 캐나다, 중국, 영국 등 60개국이 참여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은 동참하지 않았다.

COP28에는 식음료 세션도 마련됐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주도하는 행사로, 기후변화 영향으로 전세계 인구 79억명 중 38%에 해당하는 30억명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전세계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이 버려지면서 수조달러의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COP28는 소비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건강한 원재료를 기반으로 한 식품이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대체 단백질 기술을 개발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도시와 가까운 농촌이 식량 수급으로 연결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저탄소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는 UNFCCC 참여국들이 1년에 한 번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로, 올해 28회째를 맞이했다. COP28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이달 12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보상·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이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