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양조약에 생각난 할리우드 톱스타의 '기후변화 영화'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블루백'서 다룬 해양 온도 상승…현실이 되고 있어
정부 "글로벌 해양 조약 비준 차질 없이 준비할 것"

영화 블루백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가을의 중간'인 추분(秋分)이 되어서야 날이 좀 선선해지고 있다. 아직 한낮의 햇볕은 따갑지만 점차 기온이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폭염·폭우로 대표되는 여름과 '극한 추위'의 겨울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완연한 가을은 실제로도, 체감상으로도 짧아지고 있다. 줄어든 가을이라 약간 서늘한 날씨는 더 귀하게 느껴진다.

갑자기 '이맘때 미국의 날씨는 어떨까'하고 생각이 든 것은 뉴욕에서 날아든 소식 때문이다. 서부의 날씨가 최고 50도를 웃도는 등 극한의 계절을 보낸 미국의 유엔(UN) 본부에서는 최근 총회를 통해 '글로벌(국제) 해양조약'이 공개됐다.

이 협약은 공해의 30%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식 명칭은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 이용 협약(BBNJ)이다.

바다에서 사라지는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고, 온실가스 흡수원 역할을 하는 공해를 다함께 보호하자는 취지다. 자연스럽게 지난 여름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 개막작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블루백'이 떠올랐다.

로버트 코놀리 감독 작품 '블루백'은 희귀 산호초 군락을 보호하고자 하는 주인공 애비와 애비 엄마의 환경운동을 그리고 있다. '헐크', '뮌헨', '스타트렉' 등 블록버스터에 출연했던 에릭 바나,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출연했던 미아 바시코프스카 등 호주 출신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환경 영화'에 출연하면서 시선을 끌었다.

호주 비영리 교육기관 '시원한 호주'(Cool Australia)가 영화 '블루백'을 교보재로 활용 중이다. ⓒ 뉴스1

이 영화는 해양의 기온 상승에 따라 어획량이 줄거나 획득 어종이 달라지는 점 등을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이 같은 문제는 영화 밖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한국 연안의 표층 수온은 1968년 대비 2021년까지 1.35도가량 상승했고,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아열대 어종 비율은 전체 어종 대비 42%를 차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대만과 오키나와 등 아열대 해역과 다를 바 없는 어종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수온 상승 영향으로 해파리 출현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바다의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글로벌 해양조약의 목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독일, 뉴질랜드는 이미 글로벌 해양조약에 서명하기로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정부도 적극적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앞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양수산부는 BBNJ 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 법·제도 정비 등 조약 비준 절차를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저런 상황에 치이다 보니 올해는 아직 바닷가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주말이나 명절을 이용해서라도 바다를 보러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처럼 미래의 바다가 지금 바다와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블루백'의 청량한 호주 바다가 영화 속 장면으로만 남지 않길 바란다.

참, 호주 비영리 교육기관 '시원한 호주'(Cool Australia)에서는 블루백을 아동·청소년의 교육 교재로 활용 중이다. 자국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기후변화 교육 영화라니, '언젠가 국내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