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에서 판 밀자 동해 지진 '쿵'…지진해일 덮치나

규모 3.5 지진 이후 '잠잠'…지진 불규칙해 추가가능성 여전
日 7.7 지진에 동해안 해일 덮치기도…기상청 "가능성 없어"

소방청(구 소방방재청)의 한반도 활성단층과 연구현황 중 한반도 인근의 응력 변이도 및 완충지대(한국방재학회 제공) 2023.4.25/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동해 앞바다에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자 강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20년 사이 규모 5.0 이상 지진이 2번이나 발생한 바 있다.

기상청은 규모 1.0~3.5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는 게 강진의 전조가 될 수 없다면서도 혹시 모를 대지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해양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도 지진해일을 몰고와서 동해안 지역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강원 동해시에서 50㎞가량 떨어진 해역에서 지난 23일부터 25일 오후 6시까지 총 17번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중 규모 3.0 이상 지진만 2번 발생했다.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내륙에서 발생해 진도가 III(3)으로 기록됐다면 차량이 흔들리거나 고층에서 큰 진동이 감지될 수 있다. 인명 피해까지는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진을 감지하면서 소동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 지역에서는 지진 발생 사흘간 지진 유감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역과 거리가 멀고, 강도가 세지 않았기 때문에 내륙에서는 지진계에 관측되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진해일, 일명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 지진해일은 진앙과 먼 해안에서도 물결이 방파제를 넘고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거리가 멀어질수록 파괴력이 줄어드는 내륙 지진과 차이점이다.

이번 지진의 최대 규모인 3.5 정도로는 동해안에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진 않겠다. 학계에서는 규모 7.0 안팎의 지진이 발생해야 동해안에 피해를 입힐 정도의 지진해일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해안에서 가장 크게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는 지난 1983년 5월26일이다. 일본 혼슈 서쪽 해역에서 규모 7.7 지진이 발생했고, 이때 강원 삼척 임원항과 동해 묵호항에서는 각각 4.2m와 3.9m의 파도가 해안을 덮쳤다.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멀게는 조선시대 승정원일기나 조선왕조실록에도 지진해일로 인한 재해가 기록된 바 있다. 이상균 강원도청 학예연구사가 학술지 '한국사연구'에 낸 '조선시대 해일의 발생과 대응'에 따르면 당시 한반도에는 약 500년간 138회의 지진해일이 발생했다. 이 연구사는 동해안의 지진해일 발생 빈도는 낮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동해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할 경우에는 동해안 전역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해일은 해안으로 다가올 수록 파고가 높아진다. 파도는 표면에서만 일렁이지만 지진해일은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표면까지 바닷물 전체가 출렁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크다.

25일 오후 3시55분에 발생한 규모 3.5 지진 이후 밤까지 미소지진을 포함한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지진은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이 지역에서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들 지진은 동해에 있는 활단층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난대피 훈련에서 초등학생들이 대피하는 모습. (뉴스1DB) ⓒ News1

총 17번의 지진 간 상관관계는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여러 지진이 같은 단층에서 발생한 것인지도 확인이 더 필요하다. 동해 활단층대의 경우 단층 규모도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동해 해역의 경우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이 만나는 데 따른 단층의 저항력, 즉 응력을 받는데 이 힘이 한번에 폭발하면서 최근 지진으로 발현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청이 방재학회에 기고한 '한반도 활성단층과 연구현황'에 따르면 동해는 유라시아판의 후배호로, 압축 응력을 받고 있다.

이 압축 응력은 반시계 방향으로 가해지는데, 학술적으로는 이를 좌(左)수향 응력이라고 부른다.

앞서 지난 1978년 동해의 현대적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해당지역에서 가장 강했던 지진은 2004년 5월29일 발생했던 규모 5.2의 지진이다.

2016년 7월5일에는 규모 5.0 지진이, 가장 최근에는 2019년 4월19일에 규모 4.3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기상청이 지난 2021년 5월 공개한 과거 동해안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당시 상황(기상청 제공) ⓒ 뉴스1

기상청은 지난 2016년 울산 지진과 2018년 포항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 내륙과 주변 해안 지역의 단층을 조사하는 '한반도 지하단층 속도구조 통합모델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42년까지 5단계 사업으로 나누어 추진되는 올해 사업은 강원권 단층 조사다.

기상청은 단층 조사를 통해 지진 발생 가능성과 향후 이 지역 강진 가능성에 대해서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 지역의 강진 가능성을 당장 예보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빈번해진 동해 지진 때문에 전날(25일) 오전 지진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위기경보 '관심' 단계 발령에 따라 위기징후 감시·유관기관과 지자체는 상황 보고 체게를 확인하고, 지진 상황에 따른 대응을 관리해야 한다.

행안부는 지진대응부서 중심으로 '지진 비상대응반'을 운영해 후속 상황관리를 하고 추가 지진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