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플라스틱 감축법 1년, 카페·식당서 플라스틱이 사라졌다

테이크아웃용 비닐 종적 감춰…음료도 재생용지 종이컵에
플라스틱 병 보증금제 활성화…순환경제 스타트업도 탄생

호주에서 판매 중인 물병은 '100% 재사용 플라스틱'을 사용 중이다. (왼쪽부터) 물병은 다시 자원 순환 등을 거쳐서 볼펜 등 기념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특히 플라스틱 병 보증금을 환급받거나, 이를 지역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반납기가 곳곳에 설치돼 편리하게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퍼스(호주)=뉴스1) 황덕현 기자 = 청정국가로 알려진 호주가 수도 준주에서 '플라스틱 감축법'(ACT)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졌고, 플라스틱은 재사용 플라스틱으로 대체돼 친환경에 한발 다가섰다. 최근 세종과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부분 시행하고, 편의점 비닐봉지를 제한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7일 뉴스1이 방문한 서호주 퍼스, 북부 준주 다윈, 시드니 등에서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가 사라지고 국제 산림인증 연합 프로그램(PEFC)의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재생 봉지가 사용되고 있다.

카페에는 플라스틱 커피 스틱이 사라지고, 나무 막대가 이를 대체했다. 개인 카페에서는 차가운 음료도 재생용지로 만든 종이컵에 담아주는 등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해 시행한 ACT 법안 때문이다. 호주는 지난해부터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나이프와 포크,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막대, 테이크아웃용 비닐·스티로폼 용기를 법으로 금지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한은 지난해 3월 남호주주(洲)에서 최초 시행됐고, 같은 해 7월 수도 캔버라로, 9월 브리즈번이 있는 퀸즐랜드주로 확대됐다. 멜버른이 있는 빅토리아주의 경우 내년 2월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호주의 일회용품 감축은 각 자치주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각 주가 국가 역할을 하다 보니 연방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정하면 각자 여기에 맞는 주법을 만들고 기업과 일반의 참여를 요구하는 형태다. 호주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05년 대비 43%로 설정했다. 우리나라 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보다 엄격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호주 연방 정부는 지난해 3월 '2021 국가 플라스틱 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플라스틱 단계적 제거 △플라스틱 폐기물 책임 부담 △재활용 증대 투자 △불필요한 플라스틱에 대한 재활용 기술 개발 및 대안 연구 △재활용을 돕기 위한 지역사회 지원 등이 담겼다.

호주 연방 정부는 또 2025년까지 호주의 모든 포장재를 100% 재사용 혹은 재활용, 퇴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호주 포장 규약 기구(APCO) 등에 속한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코카콜라 호주, 네슬레, 마트 브랜드 울워스 등은 병을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대체했다. 라벨 역시 재활용될 수 있는 소재로 바꿨다.

호주 정부는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다시 자원 순환해 재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보증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물병이나 캔 등을 반납하면 10센트(90원)를 주는 제도다. 보증금은 자신이 돌려받을 수도 있고, 지역 비영리 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다. 시드니 등에서 이런 반납기를 운영 중인 자원순환 업체 톰라(Tomra)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 전역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을 40% 가까이 줄였다고 소개했다.

스타트업도 속속 특색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틈새 시장을 공략 중이다. 울워스는 호주 국립대 등과 패키지 소재 업체를 창업해 효소로 분해 가능한 포장용기를 개발해 시중에 내놓았다. 멜버른 소재 스타트업 '굿 에디'는 곡물로 만들어서 먹을 수 있는 컵을 내놓기도 했다.

플라스틱 용품 저감은 순환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시드니무역관에 따르면 호주는 플라스틱 저감 등 순환 경제를 통해 2040년까지 연간 탄소 배출량 1억6500만톤을 절감하면서 향후 20년간 1조8600억 호주 달러(1649조4200억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호주 워클리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22년 한호 언론교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