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인지 저하·효과 미비" 우려에…AI 교과서 '속도 조절'
국어·기술가정 도입 취소, 사회·과학 2027년으로 연기
문해력 저하,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지적 의식한 듯
- 이유진 기자,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장성희 기자 = 교육부가 교육 효과 검증 미비, 교원 연수 부족, 학습·인지 능력 저하 등 교육 현장의 우려와 반발을 의식해 결국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교과목에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또 사회와 과학 과목은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도입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교육부는 29일 내년 도입하는 AI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와 함께 AI 교과서 도입 로드맵을 조정해 발표했다. 예정대로 내년 3월 초3·4, 중1, 고1 대상 수학·영어·정보 과목에는 먼저 AI 교과서를 도입하는 대신 국어, 기술·가정(실과)은 AI 교과서를 도입하지 않고 사회와 과학 과목은 적용 시기를 연기했다.
지난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두 교과목의 도입 연기를 요구하며 속도 조절을 건의했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간 특히 국어 과목의 AI 교과서 도입을 두고 '문해력 저하' 논란은 물론 창작활동 중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어 교과는 자신에 대한 표현이 많아 도입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와 학생의 체험 활동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도입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30대 여성 이 모 씨는 "AI 교과서가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겠지만 활자를 읽고 쓰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본적인 인지발달을 막을까 봐 걱정된다"며 "친구 사귀는 게 중요한 시기에 디지털기기와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디지털기기에 몰두할 경우 특정 자극에만 몰입할 수 있어 학습의 역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인지 발달에 좋은 방법론으로 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리나라보다 먼저 교실의 디지털화에 적극적이었던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최근 종이교과서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16~2021년 스웨덴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크게 낮아졌다며 6세 미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종이교과서로의 완전 전환을 위해 내년까지 총 7억 5500만크로나(약 740억 원)를 교과서 보급에 투입하기로 했다.
로타 에드홀름은 스웨덴 학교장관(Minister of School)은 교육환경의 과도한 디지털화가 교육현장을 망치고 있다며 태블릿, 디지털 학습 등에 의존해오던 교육을 인쇄된 책, 독서, 손글씨 연습 등을 중심으로 한 전통 방식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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