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기 줬더니 수업시간 40%는 딴짓…정답률은 30% 낮아

김문수 의원,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의대 의견서 공개
"학교에서 지속 사용하면 가정에서 시간 제한 어려워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9월 23일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를 찾은 관람객이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는 가운데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학습할 때 학생들이 수업 시간의 최대 40%는 딴짓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답률도 30%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이 작성한 '전국 학교 디지털화 전략 의견서'를 20일 공개했다. 김 의원실이 국회도서관에 의뢰해 입수한 자료다.

국내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의 의견이 여러 차례 인용됐으나 이번처럼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의 의견서에 따르면, 디지털 도구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여러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집중력과 작업 기억을 방해해 학습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의견서에 인용된 크라우샤와 노박(2010년)의 연구에 따르면, 수업 중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학생들이 수업 시간의 최대 40%를 학습과 무관한 활동에 사용했다. 함께 인용한 햄브룩과 게이(2003년)의 연구를 보면 수업 도중 노트북을 열어두도록 했던 학생들이 노트북을 닫아두도록 한 학생에 비해 정답률이 30% 낮았다.

의견서는 또한 클링버그의 2023년 연구를 인용해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는 것보다 화면을 통해 내용을 읽을 때의 부정적 영향의 크기가 36%라고 지적했다. 컴퓨터에서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제한했을 때도 학생들이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은 이 밖에 디지털기기는 영유아,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아동에게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디지털 도구를 어느 정도 지속해서 사용할 경우 부모가 가정에서 디지털기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김문수 의원은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부정적인 연구와 의견 그리고 학생들의 연령별, 특성별 여건을 무시하고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의 학생의 학습적, 건강상 영향에 대한 종합적이고 면밀한 분석과 학생·교사·학부모의 숙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