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딜레마'…보수는 "웰컴" 진보는 "출마 재고"

서울교육감 선거 D-30…곽노현 전 교육감 출마 논란
진보 진영에서도 '왜 명예 회복 방법이 출마냐" 불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역대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로 승리를 거뒀던 진보 진영에서 오히려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의 출마가 자리한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곽 전 교육감의 후보 자격 논란이 거세다.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돼 중도 퇴직하면서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던 그의 출마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보수·진보 양쪽에서 나온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단일화 후보에게 당선 후 2억 원을 건넨 사실이 '사후 후보 매수'로 인정돼 1년 3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당선 무효형을 받아 반환해야 할 선거보전비용 35억 원 중 약 30억 원을 납부하지 않았는데 출마한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진보진영도 "출마 재고" 촉구…곽노현, 완주 의지 밝혀

진보 진영에서도 '왜 명예 회복 방법이 선거 출마냐'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진보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는 정근식 전 진실화해를 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곽 예비후보의 문제가 민주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결코 한 개인의 욕망이나 이익을 위한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직접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은 앞서 9일 기자회견에서 "2선으로 물러나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촉매 역할을 함으로써 존경받는 교육자로 남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명예 회복의 길이 아닌지 다시 한번 숙고하고 출마를 재고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시민 상식선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다. (출마를) 재고해 달라"고 권고했다. 곽 전 교육감은 "여론조사 1위 후보자가 사퇴하는 경우는 없다"며 완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간 이재명' 기획 방현석 교수 출마…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 사퇴

진보 진영이 후보 단일화로 갈등을 겪는 사이 소설 '범도'의 작가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13일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방 교수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길 위에 김대중'의 각본을 썼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인생을 다룬 책 '인간 이재명' 기획단을 이끌었다. 방 교수는 19일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반면 진보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던 김용서 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전날 돌연 "출마와 관련한 일신상의 이유"로 입후보를 철회했다. 김 위원장은 "곽 전 교육감 출마에 대해 보수 진영은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후보 자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며 "민주진보 교육감 당선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해 왔다.

서울 중구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승강장에 설치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홍보물. /뉴스1 ⓒ News1

◇진보 단일 후보 30%대 득표…보수 합하면 50% 넘어

진보 진영에서는 곽 전 교육감이 단일 후보가 됐을 때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교육감 선거는 인지도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 곽 전 교육감으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역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후보 단일화로 승리할 수 있었지만, 단일화 자체가 당선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직선제 이후 당선된 진보 단일 후보의 득표율을 보면 2010년 34.3%(곽노현) 2014년 39.1%(조희연), 2018년 46.6%(조희연), 2022년 38.1%(조희연)로 대체로 30%대에 머물렀다. 단일화에 실패하며 선거에 졌지만보수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50%가 넘었다.

보수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를 본 것이다. 사실상 '양자 대결'을 했던 2012년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 이수호 후보(37.0%)가 직전 곽 전 교육감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54.2%의 득표을 얻은 문용린 후보에게 패배했다.

◇보수 후보 단일화 기구 통합…단일화 기대감 높아져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거듭된 '학습 효과'로 보수 진영이 단일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8·2022년 선거에 출마했던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단일화 기대감이 높아졌다.

보수 진영은 초기 난립하던 후보 단일화 기구들이 최근 통합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유력 후보인 안양옥·조전혁·홍후조 후보도 보수 후보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조 전 의원은 12일 TV조선과 인터뷰에서 곽 전 교육감 출마에 자신감을 보였다. 전 의원은 "다시 나온 것 자체가 대한민국 선거의 부끄러움"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서는 '땡큐', '웰컴'"이라고 했다.

한 진보 교육계 관계자는 "곽 전 교육감이 단일 후보가 되면 선거 내내 후보 매수, 선거보전비용 미반환으로 공격받을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동력을 모을 수 있을지, 당선됐을 때 교육감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