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등급 인문계 최상위권 16% 서울대 대신 '의대·한의대'

인문계 수능 전과목 평균 1등급 343명 중 55명 의학계열 진학
서울대 인문계열 29명 등록포기…"의대·한의대 등 진학 추정"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진학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과목 평균 1등급을 받은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 중 16%가 의학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인문계열 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29명 중 대부분이 의대, 한의대로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4학년도 대학 학과별 합격점수를 분석한 결과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이 전과목 평균 1등급(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평균 96점 이상)인 인문계열 학생은 총 343명이다. 합격선은 최종등록자 100명 중 70등에 해당하는 70% 컷이 기준이다.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생 343명 중 16.0%인 55명이 의대(8명·2.3%) 한의대(47명·13.7%)에 진학했다. 288명(84.0%)은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합격자는 경제학부(74명)와 경영대학(56명) 정치외교학부(28명) 인문계열(23명)이 62.8%(181명)를 차지했다.

의학계열은 이화여대 의예과(8명) 외에는 모두 한의예과다. 상의대 한의예과가 15명으로 가장 많고, 경희대 한의예과 13명,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10명, 원광대 한의예과5명, 동국대 한의예과(WISE캠퍼스) 4명이다. 이들 대학은 정시모집에서 인문계열 학생을 따로 선발한다.

종로학원 제공

지난해 정시모집에서는 서울대 인문계열 합격자 중 29명이 등록을 포기해 추가모집을 실시했다. 추가합격자는 경제학부가 9명으로 가장 많고 인문계열 8명, 경영대학 3명, 심리학과 2명, 정치외교학부 1명, 국어교육과 1명이다.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29명 중 대다수는 의대, 한의대에 중복으로 합격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합격선을 보면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98.5점)와 경제학부(98.1점) 사회교육과(98.0점) 정치외교학부(97.9점) 사회학과(97.8점)가 상지대 한의예과(97.6점)보다 높았다.

그러나 인문계열 최상위권 학과에 진학한 학생도 실제로는 이과 학생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정시모집 최초합격자 중 수능에서 수학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 인문대학 52.0%, 사회과학대학 63.8%, 경영대학 55.4%, 생활과학대학 70.6%에 달했다.

수능 전과목 평균 1등급인 인문계열 학생이 진학한 의대·한의대 6곳도 비슷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경희대·대구한의대·원광대 한의예과는 인문계 학생이 선택하는 사회탐구 응시자만 지원할 수 있다.

반면 상지대·동국대 한의예과, 이화여대 의예과는 사회탐구뿐 아니라 과학탐구 응시자도 지원할 수 있다. 문과생보다 이과생 합격 비율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 수능 체제에서는 수학에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 표준점수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 학생이 서울대 인문계열에 교차 지원하고 다른 대학 의대, 한의대 등에 중복 합격하면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 통합수능 체제가 유지되는 2027학년도 대입까지 이런 패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이과가 완전히 통합되는 2028학년도부터는 수능 점수 최상위권 학과는 문·이과 모두 자연계열 학생으로 채워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문과를 목표로 했던 학생도 수능 최상위권대에서는 의학계열 선호 현상이 더 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