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저지 '최후 보루' 의평원 인증…"새우 등 터질까 불안"
대학에선 내년도 의평원 평가 인증 탈락 위기감 고조
최악의 경우 평가 인증 기관 자격 박탈 가능성까지
-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 의사 국가시험 미응시, 교수 단체 사직 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대학별 주요 변화 평가 인증이 의료계의 증원 저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 갈등이 심화하고 이는 가운데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해야 하는 대학 본부 입장에선 올해 의평원 평가 인증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대학들은 향후 6년간 매년 의평원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만약 평가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신입생 모집이 중단 위기에까지 처하게 된다.
의평원은 기존 평가 항목 수를 3배 이상 확대(15개→51개)하고 올해 11월 말로 주요 변화계획서 제출 기한 단축, 기존 1회 시행했던 평가를 향후 6년간 매해 시행(6회) 등 강화한 기준을 대학들에 요구하고 있다.
대학들은 의평원 기준에 따라 주요 변화 평가계획서를 제출하고 인증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학생들도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 기간이 부족하고 과도한 행정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의평원 평가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장기적으로 최악으론 폐교 위기에까지 처할 수 있다. 2018년 서남대 의대는 의평원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문을 닫고 전북대, 원광대와 통합된 바 있다.
2학기가 시작됐어야 할 8월이지만 의료계와 정부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생들이 수업을 단체로 거부하고 전공의들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 병원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여기에 신입생 모집을 두고 의평원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대가 있는 수도권의 대학 총장은 "의대 정원이 늘어난 다수의 대학은 병원 적자를 감당하는 것은 물론 올해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지방의 한 사립대 총장은 "의료계에선 이제 의평원 평가 인증을 걸고 버티고 있다. 결국엔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로는 (학생들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의평원에 평가 항목 완화를 요구할 예정이다. 의정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엔 교육부가 의평원의 인정기관 지위를 박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의대 운영 대학 총장들이 모인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의평원의 평가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문을 교육부, 의평원 등에 보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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