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학번 유급 이끌자"…신입생 입학 시나리오 준비하는 의대생

"필의패 설명해 편 만들어야"·"들어오는 순간 한 몸 돼야"
제적 위기 학생 등 일부 수업 복귀 움직임에 균열 조짐

의대 증원 갈등으로 촉발된 대형 병원들의 집단 휴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7.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교육부가 특혜 논란까지 감수하며 비상 학사운영 대책까지 내놨음에도 요지부동인 의대생들 사이에서 2025학년도 신입생들이 입학하면 '집단 유급'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년에 늘어난 정원대로 신입생이 들어올 경우 2026학년도에라도 증원을 전면 백지화하기 위해 신입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도록 지도하자는 주장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한 사립대 의대 24학번인 이 모 씨(19)는 입학하자마자 시작된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에 7월이 된 현재까지 수업을 듣지 않고, 운동과 외국어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대로 유급이 된다고 하더라도 "'다 같이 1년은 버텨야 한다'는 의견이 선배들로부터 내려오고 동기들 사이에서도 눈치가 보여 학교에 쉽게 복귀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 씨는 이미 유급 경험이 있어 또다시 유급되면 제적될 위기인 일부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일부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2025학년도 대입 재외국민 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된 이상 더는 증원을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한 일부 학생들이 제적 위기에 처하지 않았음에도 수업 거부 행렬에서 이탈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균열 조짐이 보이자 의대생들은 "이대로 증원돼 25학번이 들어오는 경우의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한다"며 단합을 도모하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도 신입생에게 수업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자,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기존 재학생들이 적대감을 드러내면 향후 의사 국가시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돌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의대 증원에 의한 혜택을 본 내년도 신입생들을 적으로 만들지 않고, 기존 재학생들과 같이 정부에 전면 증원 백지화를 주장할 수 있도록 설득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현재 의사와 의대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엔 "25학번이 들어오면 필의패(필수의료패키지)를 잘 설명해서 우리 편으로 만들자", "들어오는 순간 한 몸이 되어야 한다", "다른 후배들만큼 예쁘게 보이진 않겠지만 본인들도 입학하면 증원 반대할 것" 등 의견이 올라와 있다.

교육부는 올해에만 '유급'에 대한 판단 시기, 대상, 기준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특례 조치를 마련해 뒀다. 예과 1학년 학생이 올해 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교육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내년도 신입생의 학습권을 먼저 보호하는 학사 운영계획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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