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확정…'SKY' 이공계 합격생 78% 의대 합격권

N수·반수생에 직장인도 가세…'의대 열풍' 더 거세질 듯
지방대 의대 정원·지역인재전형 확대…합격선 다소 하락

정부가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확정한 20일 서울 서초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 의과대학 입시 준비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정부가 20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하면서 올해 대학입시서 '의대 열풍'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의대 진입을 노리는 N수생과 반수생에 직장인까지 가세하고, 대입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은 2025학년도 서울대 이공계 모집인원 1775명(의약학계열 제외)보다 많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5개 이공계 특수대학 정원 1600명(정원 내 기준)도 넘어선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열 전체 모집인원 4882명의 41.0%에 달하는 규모다.

대학입시의 최정점에 있는 의대 정원이 대규모로 늘면서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의대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의대 진입을 노리는 N수생과 반수생, 직장인까지 가세하면서 '의대 열풍'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정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기준으로 지금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생의 45.4%가 의대 합격선에 해당한다.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서 이 세 대학 정시 합격생의 78.5%가 의대 합격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합격생도 의대 합격이 가능한 성적대가 9.9%에서 22.8%까지 확대된다.

서울지역 의대는 정원이 늘지 않아 서울 소재 대학의 의학계열 입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이 의대로 빠져나가면서 최상위권 이공계열의 합격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이 1639명 늘고, 지역인재전형 60% 이상 확대를 권고하면서 합격선이 지금보다 다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고교를 졸업한 수험생의 의대 진학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증원하는 의대 정원 2000명 중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에, 18%인 361명을 경기·인천권에 배정했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2023명에서 3662명으로 늘면서 지역인재전형 선발인원도 1071명에서 2198명으로 1127명 늘어날 전망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역인재의 경우 해당하는 지역 내에서만 지원이 가능하기에 일반전형에 비해 대부분 합격선이 낮게 형성된다"며 "모집정원 확대로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은 다소 내려가겠지만 일반전형은 수도권 학생들의 지원으로 하락 폭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지역에 따라서도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비수도권에서는 수능 1등급만으로 의대 모집정원을 채우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수능 성적 기준으로 비수도권 고3 학생 중 수능 수학 1등급은 3346명으로 추정된다. 비수도권 의대 모집정원(366명)보다 316명 적어지게 된다. 강원권은 지금도 수학 1등급 학생 수(97명)가 강원권 4개 의대 모집정원(267명)보다 170명 적다(0.4배). 강원권 의대 정원이 165명 늘면서 수학 1등급 학생 수가 0.2배로 축소된다. 정원 확대로 충청권(0.8배)과 제주권(0.9배)도 수학 1등급 학생이 의대 모집정원보다 적어진다.

수도권은 현재 수학 1등급 학생 수가 수도권 의대 모집정원의 6.1배에 달한다. 2025학년도 모집정원이 1396명으로 늘면 4.5배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비수도권보다는 의대 진학 경쟁이 치열하다.

수능 수학 1등급 학생 수를 고려할 때 비수도권 의대는 정시보다는 수시에서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비수도권 의대는 전체 모집인원의 66.4%를 수시에서 선발하고 지역인재전형은 수시 선발 비중이 79.4%에 달한다.

임 대표는 "서울·수도권 학생은 수시에서는 서울권에 집중하고 정시에서는 비수도권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비수도권 학생은 수시 지역인재전형에 집중하고 정시에서는 서울·수도권 학생의 가세로 수시에 비해 매우 어려운 구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