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복지차관, 전공의와 대화 시작…"1명 이상은 왔다"
박 차관과 전공의들, 취재진 피해 회의실로…현장 한때 아수라장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제안한 전공의와의 대화가 소수의 전공의가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이날 만남을 제안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 2차관과 소수의 전공의들은 취재진을 피해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회의실로 들어가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9일 박 차관과 전공의들이 만나기로 한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대회의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전공의 몇 명이 참석해 오후 4시 대화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박 차관은 전날(28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끝난 후 전공의들에게 박 차관은 문자메시지를 보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며 모든 전공의들에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들이 만나기로 한 장소에는 많은 전공의들이 참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수십 명의 취재진이 약 한 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있었지만 박 차관이 먼저 도착해 뒷문으로 들어간데 이어 소수의 사람들이 같은 출입문을 통해 입장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몇 명이 참석했는지, 전공의 대표가 참석한 것인지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가 몇 명 들어간 것이냐'는 질문에 "안에 10명 정도 있는데 직원들도 섞여 있어 전공의가 몇 명 있는지는 확실하게 모르겠다"며 "박 차관과 전공의들이 대화를 시작한 건 맞고, 전공의 1명 이상이 참석한 것 정도까지 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단 대전협 회장과 대전협 비대위원들은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날 오후 3시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갈치 시장' 위치 태그를 해놓고 "비상대책위원 몇 명이서 오늘 대전과 광주, 춘천을 방문할 예정이고 나는 오늘 부산에 잠깐 들렀다 다시 서울에 간다"며 "궂은 날씨에 모두가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지만 큰 파도가 일렁이지는 않는 듯하다"는 글을 남겼다.
전공의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박 차관도 우려한 바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비공개로 하기를 원했고,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전공의들이 자유롭게 오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언론에 공개가 되어 모임 사실이 알려졌다"며 "안 그래도 부담스러워하는 전공의들이 시간과 장소가 공개되는 바람에 더 많은 부담감이 있어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의료계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한 그림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이날 오전 "거기 간다고 해봐야 여태까지 해왔던 주장 재확인하고 평행선만 달릴 게 뻔한데 대화가 되겠느냐"며 "'우리는 할 거 다 했다'고 사인 주려고 하는 자리일 뿐, 아마 차관 혼자 앉아 있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이날 오후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도 "박 차관이 '오늘 만나자'고 전공의들에게 제안한 대화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그 대화 창구가 옳은 대화 창구인지 누구랑 대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와 내 친구들은 안 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복지부가 100개 수련병원에 서면으로 보고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인 반면 같은날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97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80.2%,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076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78.2%로 나타났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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