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방대 5곳 '의대 증원' 신호탄…조선·원광대 "3월 4일까지 신청"

신청 방침 정하고 규모 논의…지방대로 확산 움직임
"안 낼 국립대 있겠냐"…수도권 '미니 의대'도 가세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열린 27일 종로구 서울대의대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이유진 박소영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의대 학장들도 반발하고 있지만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교육부 일정에 맞춰 증원 신청을 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방대 입장에선 우수 학생 유치와 등록금 수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데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의대 정원을 확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상당수 대학이 교육부가 정한 기한인 다음달 4일까지 의대 증원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을 정하면서 지방대를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강하다.

광주·전남지역 대표 사립대인 조선대는 지난해 정부 수요 조사 때와 비슷한 규모로 증원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현재 정원이 125명인 조선대는 지난해 수요 조사 때 15명 증원을 신청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40개 의대 학장이 의견을 표한다고 하더라도 대학본부 입장에서는 의견을 (의대 학장들과) 같이 따라갈 수 없다"며 "3월 4일까지 의대 증원 신청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대는 이날 오후 회의에서 신청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북지역의 원광대도 증원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규모를 논의 중이다. 원광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는 조율 중"이라며 "교육여건이 있어서 규모를 확 늘릴 수는 없고 (지난해 수요 조사 때와) 비슷하게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사립대를 중심으로 증원 신청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지역 국립대도 신청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대학가는 전망한다. '비수도권 의대 집중 배정' 원칙과 함께 지역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 의료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필수의료 혁신전략'이다.

한 지역 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 가운데 기한 내에 안 낼 곳이 있겠냐"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국립대가 신청하지 않으면 그 정원이 사립대에 갈 수도 있다"며 "지난해 수요 조사 때 수준 이상은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거점 국립대 관계자는 "의대에서 정한다고 (신청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내부 절차에 의해 정하는 것"이라며 "3월 4일까지 의대 증원 신청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도 "증원 신청서 제출 여부와 신청 규모를 내부적으로 검토·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부산대는 지난해 수요 조사 때 현재 125명인 의대 정원을 당장 25명 증원할 수 있다고 제출했다.

정원이 50명이 되지 않는 수도권의 '미니 의대'도 증원 움직임에 가세했다. 현재 의대 정원이 40명인 인하대와 가천대는 교육부가 정한 기한 안에 증원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요 조사에서 인하대는 100명으로, 가천대는 80명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0개 의대·의전원 학·원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전날 정기총회에서 전국 의대가 당장 수용할 수 있는 정원 규모는 최대 350명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KAMC 역시 대학이 의대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KAMC 관계자는 "지난번 수요 조사 때는, 대학에 따라서는 학교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반영돼 정원을 많이 신청한 학교도 있어 (전체 증원 규모가) 과도하게 커진 부분이 있다"면서도 "대학은 의대랑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