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서 30등도 의사 된다" 발언 논란…'전국 5058등'이 현실 커트라인
"반에서 20~30등 의사 국민 원하지 않아" 발언 논란
실제론 전교 2~3등 안에 들어야만 의대 진학 가능
-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의대 정원을 늘리면 '반에서 20~30등 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갈 수 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학생들의 입학 성적이 낮아진다는 주장인데, 실제로는 정원이 2000명 증원되더라도 의대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은 전국에서 손꼽히게 공부를 잘해야만 갈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20일 의대 증원·의사 집단행동을 주제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데도 가고, 의무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며 함께 추진하는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안에 대한 비판이지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의대에 입학할 수 있고 의사의 질 하락과도 연관될 수 있는 취지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실제 수험생들 사이에선 의대 정원을 늘리게 될 경우 '커트라인'이 낮아져 의대 진학이 전보다 쉬워질 수 있는지 기대와 의사들 사이에선 관련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이 5058명까지 늘더라도 전국에서 손꼽히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이 의대에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고등학교의 수는 2379개인데, 이 학교의 전교 2등까지만 해도 4758명, 전교 3등까지 합치면 7137명으로 의대 정원을 넘는다.
각 학교에서 전교 2~3등 안에는 드는 학생들만이 의대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학령인구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반에서 20~30등 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갈 수 있다는 주장과는 상반된다.
익명의 한 입시전문가는 "전국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학생이 의대에 간다고 했을 때 이전까지 3058등까지 갔다면 5058등까지 간다는 의미"라며 "올해 수능 응시생이 44만명인데, 의사 자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1980년대 배치표를 보면 IMF 외환위기 이후 전국 의대가 모두 채워져야 서울대 공대가 찬다는 풍토와는 많이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신문에 실린 1985년 학력고사 점수 자연계 배치표를 보면 서울대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가 311점(340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서울대 의예과(308점)였다. 서강대·한양대 전자공학과의 합격선이 충남대·전북대·영남대 의예과와 같은 263점에 속한 것이 눈길을 끈다.
1986년 학력고사 점수 배치표를 봐도 비슷하다. 서강대·한양대 전자공학과의 합격선은 274~280점으로, 충남·충북·전북·인제대 의예과와 같은 점수대다. 앞에 언급한 입시전문가는 "1980년대에는 서강대, 성균관대 정도 갈 성적이 되면 지방의대를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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