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무더기 사직, 의료대란 시작됐다…정부 '엄정 대응' 초강수
의료 공백 가속…내일 전공의 대거 이탈 가시화
정부 '진료유지명령'…의협 지도부 2명 면허정지 사전통보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19일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 열기를 끌어올리기 있다.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를 기해 병원 근무를 중단하기로 예고해 의료 공백에 따른 의료대란이 가시화 되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고 가능한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이날 의사협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부 2명에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연이어 초강수를 두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당초 예정보다 하루 빠른 이날 일부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의 4년차 전공의이자 의국장인 A씨는 "소청과 1~3년차 사직서는 일괄적으로 19일 교수부 열면 바로 전달 예정이고,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글을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출근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도 이날 사직서를 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장 따윈 무시한 엉망진창인 정책 덕분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 미련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면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썼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이미 쓴 전공의들도 있지만 사직서를 낸 즉시 '사직서 제출'이 되는 게 아니라 의국장, 과장 등 거쳐야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집계가 간단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도 "사직 의사가 있는 전공의들이 나오고 있으나 의국 내에서 설득 중이다"라고 말했다.
빅5 병원뿐만 아니라 이날 하루동안 충북대병원, 청주성모병원, 대전성모병원, 을지대병원, 아주대병원, 강릉아산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에서도 전공의들이 속속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빅5 병원은 전공의 파업에 대비해 수술 일정 조정 등 비상진료대응에 돌입했다. 하지만 진료대란의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환자 박 모 씨(70대·여)는 "오늘 원래 입원하는 날인데 전공의 파업 때문에 입원을 못 시켜준다고 한다. 일단 약만 받아 가라고 해서 외래로 바꿨다"며 발길을 돌렸다.
남편의 항암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은 김 모 씨(60대·여)는 "항암치료가 조금이라도 밀리면 치명적인데, 사람 목숨 가지고 이러면 안 된다"며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뉴스1>이 '빅5 병원'을 찾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병원 현장에서는 검사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환자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쫓겨나듯 옮겨가는 일이 속출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앞에는 오전부터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했다. '병상이 포화 상태로 진료가 불가하다'는 입간판이 세워졌지만 급히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환자는 일부였고 몇몇 환자들은 하염없이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각 수련병원에 담당자들을 파견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몇 명인지, 이 중 현장에서 이탈한 인원을 파악 중에 있다. 만약 업무에서 손을 뗀 것이 확인된 전공의에게는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반드시 송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정부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점검했다"며 "각각에 대한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방법에 대한 법적 검토도 마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귀를 반짝 하고 다시 업무에서 이탈하는 것도 명령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수본은 이날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진료유지명령'도 발령했다. 박 차관은 "진료유지명령은 집단행동을 하기 직전이나 하려고 예고됐을 때 '나가지 말라'는 명령으로 의료법 제59조 1항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발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나간 것"이라며 "말 그대로 현재 하고 있는 진료를 유지해 달라는 명령이고, 위반하게 되면 상응하는 처벌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진료 마비를 막기 위해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해 소방청 등과 협력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도에 따른 환자 배정을 위한 이송 지침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증·비응급 환자는 대형병원에서 종합병원 등으로 연계·전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상황 장기화로 진료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는 경우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인력을 주요 의료기관에 지원할 예정이다.
또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대상 환자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한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한 집단행동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가시화 되자 법무부는 이날 대검에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 상황 종료 시까지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 의료법 위반·업무방해 등 불법 집단행동에 신속·엄정하게 처리하고, 국민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단체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지도부 2명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경실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한 의사들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본격화하며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기 시작했다"며 "불법행위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의사를 공정위에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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