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돌봄서 국가돌봄으로"…초1, 학교서 저녁까지 돌본다(종합)

늘봄학교 1학기 2000여곳 운영…2학기 전면 도입
내년엔 2학년으로 확대…학교에 늘봄지원실 설치

늘봄학교를 주제로한 대통령 민생토론회가 열린 5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맞벌이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학생이 등교를 하고 있다. 2024.2.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정지형 남해인 기자 = 정부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2학기부터 초등학교 1학년은 원하면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프로그램과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도입한다. 늘봄학교로 교사의 행정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새로 뽑는다.

교육부는 5일 경기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아홉번째, 따듯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에서 이 같은 내용의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저녁돌봄 식사비 지원…2026년 모든 학년으로 확대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정규 수업 외에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기존 방과후와 돌봄교실을 통합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치원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돌봄·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저출생 대책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학원으로 계속 데리고 다니려면 비용도 많이 든다"며 "학부모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고 마음껏 경제·사회 활동을 하려면 학교 돌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페어런츠 케어(부모돌봄)에서 퍼블릭 케어(국가돌봄)로 나아가야 한다"며 "퍼블릭 케어(국가돌봄)를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학교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봄학교는 1학기 전국 2000여개 초등학교에서 우선 운영한 후 2학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운영한다. 올해는 1학년만 대상이지만 내년에는 2학년도 이용할 수 있다. 2026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

늘봄교실은 원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기존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저소득층 등 신청할 때 우선순위가 있어 일부만 이용할 수 있었다. 아침돌봄, 저녁돌봄도 제공하기 때문에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원하는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다.

초등 1학년은 원하면 수업을 마친 후 2시간 동안 무료로 놀이 위주의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학부모 수요가 높은 체육, 문화·예술, 사회·정서, 창의·과학, 기후·환경 분야 프로그램을 집중적으 제공한다. 내년에는 2학년에게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3학년 이상까지 확대할지는 내년에 결정한다.

◇ 펜싱·드론·챗GPT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학생에게는 선택형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도록 '늘봄 바우처'를 지원한다. 저녁돌봄이 필요한 모든 학생에게 식사비를 전액 지원한다.

지자체, 유관기관, 대학, 기업 등과 협력해 우수한 프로그램 공급처를 확대한다. 지난해 시범 운영한 지역에서는 대학과 연계해 펜싱, 드론, 챗GPT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교육부도 한국야구위원회, 대한축구협회 등 여러 단체·협회와 협력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윤 대통령은 "학교를 중심으로 대학, 기업, 지자체, 기관 등 지역 사회와 협력해 좋은 프로그램이 제공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며 "늘봄학교가 알차게 운영되려면 각 분야 전문가가 재능기부를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교사 업무 부담 해소…늘봄전담실 설치하고 실무인력 6100여명 채용

늘봄학교 업무가 기존 교사의 업무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늘봄학교 운영 업무를 전담하는 '늘봄지원실'을 2학기까지 모든 초등학교에 신설하고 전담 인력인 늘봄실무직원을 배치한다.

올해 1학기에는 과도기적으로 기간제 교사에게 늘봄학교 업무를 맡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시도 교육청에 기간제 교사 정원 2250명을 배정했다. 2학기에는 전국 6100여개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실무직원을 배치한다.

늘봄실무직원은 교육청과 학교 여건에 맞춰 공무원, 공무직, 단기계약직, 퇴직교원 등에게 맡긴다. 1학기에는 늘봄실무직원과 별개로 교사가 기존 방과후·돌봄 업무를 계속 맡지만 2학기에는 늘봄지원실로 모두 이관한다.

늘봄학교 전담 운영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2025년이다. 늘봄지원실장은 교감이나 교육지원청에 신설되는 늘봄지원센터 소속 공무원이 맡는다. 학생수 1000명 이상 대규모 학교에는 내년에 별도로 지방공무원(전문직 또는 교육행정직)을 늘봄지원실장으로 배치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사의 늘봄학교 행정업무 부담을 해소하고 전담조직, 전담인력을 통해 전담운영체계를 갖추겠다"며 "늘봄학교를 통해 학생은 정규수업 외에도 양질의 교육돌봄을 제공받고, 학부모는 경력 단절의 고민을 덜고, 교원은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늘봄학교를 대폭 확대해서 실시 한다는 것은 사실 간단한 일은 아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관심을 갖고 재정을 투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선생님들, 지역사회, 학부모 등 많은 분의 협력에서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