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밥 먹이겠다"…기간제 교사 죽음에도 학부모 폭언·협박 있었다

서울교육청 조사 결과…학폭 가해자 학부모 악성민원 시달려
주말·야간에도 민원 응대…유가족 "스트레스에 우울증 발병"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교직 3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립초등학교에 재직하던 딸이 교권 침해 피해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유가족이 오열하며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2023.7.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지난 1월15일 사망한 서울 종로구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상명대부속초) 오모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등의 폭언을 듣고 심리적인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명대부속초 기간제교사 사망 사건의 민원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8월 상명대부속초 기간제교사로 근무했던 오 교사는 지난 1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오 교사의 죽음은 오 교사의 부친이 지난 7월24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억울한 제 딸도 함께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달 25일 교육청 산하 공익제보센터에 민원을 이첩했고, 공익제보센터는 유가족 면담, 오 교사의 진료기록 등 자료조사, 학부모 면담을 비롯한 사전조사에 이어 지난 9월, 10월 두 차례 상명대부속초 감사를 실시했다.

오 교사의 유가족은 오 교사가 과중한 담임 업무와 학교폭력과 관련한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오 교사는 지난해 6월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학급의 학폭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해 학생 학부모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 콩밥을 먹이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등의 폭언을 듣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의 조사 결과 오 교사는 빈번한 초과근무는 물론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돼 주말·야간에도 학부모들의 민원에 응대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교사는 지난해 6월 학폭 가해자의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들은 후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올해 1월까지 정신병적 장애와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해당 병원 측은 오 교사의 사망은 병적 행동으로 인한 것으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팀의 조사 결과 오 교사는 지난해 6월 발생한 학폭과 관련, 가해·피해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자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상황을 재연하도록 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학부모들에게 전송했다.

이후 3명의 학생 학부모들이 다른 1명의 학생 학부모의 사과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의 아버지가 오 교사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오 교사는 자책·억울함 등 심각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팀은 오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 협박성 발언으로 오 교사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이 사실로 인정되고, 우울증 진단·치료 중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감사팀은 다만 유가족이 제기한 의혹 중 오 교사의 우울증 발병요인에 해당 학교와 관리자들의 법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고, 학교 교직원 근무시간을 부적정하게 운영한 사실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학교 근무 중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됐고, 악성 민원이 가중돼 얻은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유가족은 재해발생 경위 등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가 보다 명확히 밝혀질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특정 학부모의 폭언성 항의에 대해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