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등급제'로 내신 부담 덜어낸 중2…자사고·특목고 더 몰릴까

내신 9→5등급에 자사고 불리함 완화…진학 유인 커져
맘카페 들썩…"자사고-N수-의대 트랙 굳어질 것" 우려

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자사고(자율형사립고)·특목고(특수목적고)에 가지 않을 이유가 사라졌다."

그간 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과학고에 가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내신 경쟁'이었다.

그러나 2025학년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현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는 그 걸림돌이 크게 줄게 됐다. 그에 따라 자사고·특목고 진학 의지도 한층 더 강화할 전망이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2025학년도부터 고등학교 1~3학년 내신을 5등급 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을 발표했다.

모든 학년·과목에는 5등급 절대평가(성취평가제·A~E등급)를 적용하고 상대평가 등급(석차등급·1~5등급)도 함께 기재한다.

자사고·특목고로서는 현행보다 내신에 대한 부담이 확연하게 줄어든 셈이다.

기존 9등급 석차등급제에서 자사고·특목고는 학생 간 성적대가 비슷하고 경쟁이 치열해 일반고에 비해 내신 성적을 내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이 한층 완화되는 5등급제가 도입된다면 자사고·특목고 학생들은 내신 불리함을 상당히 덜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유리한 교과를 주로 편성하는 자사고에는 이번 수능 개편안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대입 개편안에서 수능은 9등급 상대평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수능은 변별력 약화가 예상되는 내신보다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개편안이 발표되자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벌써 진학할 고등학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온라인 맘카페의 회원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올(All·전부) A등급이면 특목고에 지원해봐야 하는 건가"라며 "정시 중심 학교는 어떻게 되는 걸까 (고민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다른 회원 역시 "내신 1등급이 10%가 되면 내신보다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결판이 나지 않겠냐"며 "결국 수능이 더 중요해질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영재과학고, 전국 단위 자사고만 '떡상(급상승)'할 것 같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자사고·특목고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내신 불리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자사고·외고·과학고 등이 득을 보고 의대 열풍까지 감안하면 자사고가 윤석열 정부 최대 수혜자가 될지 모른다"며 "부모찬스와 결합한 자사고-N수-의대 트랙은 확고한 대세로 굳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수능 비중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수능에 유리한 특목고와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우수한 계층의 상위권 대학 독점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교학점제의 파행 운영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과 직접 연계된 과목, 수강 학생이 많아 내신 점수를 얻기 좋은 과목으로 쏠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