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양성' 주문에 수도권 대학 정원 결국 순증…지방대는 한숨
"수도권 쏠림 가속화될 듯…대학서열 중심 지원 가능성"
- 양새롬 기자,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서한샘 기자 = 교육부가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및 보건의료분야 정원조정 결과를 확정, 각 대학에 통보한 가운데 교육계에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문한 데 따라 첨단 분야의 경우 총 1829명을 증원하게 됐는데, 그중 수도권 몫이 817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건 없는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순증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2021~2023학년도에는 편입생 모집에 활용되는 편입학 여석을 활용해 증원한 바 있다.
교육부는 △수도권의 경우 신청대비 14.2%, 지방은 신청대비 77.4%가 증원됐고 △지방대는 적격성과 요건을 갖춘 경우 가급적 정원을 배정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최대한 고려했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지방대 죽이기'란 여론이 우세하다.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증원의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실제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수도권 학생 정원 증원을 철회해 달라고 교육부에 거듭 요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순증 자체는 지방대의 학생 모집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방대도 순증을 해주긴 했지만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겸비되지 않으면 성과나 지속 가능성을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논평을 통해 "대학서열과 수도권 집중으로 비수도권은 오랜 역사의 기존 반도체 학과도 폐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대학 학생정원 조정계획을 수립하면서 수도권 증원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이주호 장관에게 문제가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학생들 역시 대학 서열 중심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다른 신설학과들의 사례를 통해 볼 때 학과의 성격이나 전공 분야보다는 대학 서열에 따른 선호나 선택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수시나 정시 모두 '수도권 쏠림현상' 가속화가 예상된다"며 "현재 이미 설치 운영되고 있는 유사학과들 중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결국 지방대를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임은희 연구원은 "전체 고등교육 정책 안에서 지방대학 육성의 큰 그림이 나와야 된다"며 "그 안에서 여러 정책들이 같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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