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인상, 사실상 손 놓은 교육부…"제재도 인센티브도 없다"

국가장학금II유형 지원금, 등록금 동결·인하 유도 효력↓
"제재 제스처 없고 규제 완화 신호…인상 허용 분위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서한샘 기자 = 교육부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내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가속할지 주목된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에 따라 △국가장학금 지원사업(I유형, II유형) 4조286억원 △대학생 근로장학사업 3677억원 △우수학생 국가장학사업 484억원을 투입한다. 총 4조4447억원 규모다.

이 중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국가장학금II유형(대학연계지원형) 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3800억원으로 결정됐다. 3800원 중 지역인재 장학금 등을 제외하고 등록금 규제 정책과 연계해 대학에 지원되는 예산은 21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한 대학에 지원되는 국가장학금II유형 예산이 적게는 2억원, 많게는 30여억원 수준이라 중규모 이상의 대학에는 등록금을 동결할 유인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올해 등록금을 3.95% 인상한 동아대의 이해우 총장도 "등록금을 올리면 한 50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생기는데, 국가장학금Ⅱ유형(지원액)은 2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다른 대학들은 주저하겠지만 이번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등록금 인상의) 물꼬를 튼 것 같다"고도 했는데, 국가장학금II유형 지원 정책이 등록금 동결·인하의 유인책으로는 효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유감'을 표했지만 추가적인 제재 방안이나 등록금 동결·인하를 결정하는 대학에 대한 인센티브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일부 대학에는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에 변함이 없음에도 안내한 기조를 지키지 못한 부분에 유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 차관은 "국가장학금II유형 지원 조건 이외에 다른 (등록금 동결을 위한) 제재 수단이나 (등록금을 동결·인하할 경우) 인센티브, 재정지원 사업의 연계를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강하게 제재하겠다는 교육부의 제스처가 없다. 반대로 대학들에 규제를 완화한다는 시그널을 주다 보니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해도 허용해주는 분위기로 가지 않겠는가"라며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대신 정부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데 정반대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116명의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한 114명 중 45명(39.5%)이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