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장관 10년만의 재등판에…"과거와 다른 리더십 필요"

교육계 "일반고 황폐화·서열화 야기"…"시장 논리 대학정책" 지적
"하향식 정책 결정 대신 교사·학부모·학생 의견 녹여내야" 주문도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29일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내정한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이명박(MB) 정부에서 추진했던 교육정책의 적절성에 대한 찬반 논란뿐 아니라 과거 정책 추진 스타일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작용한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장·차관을 지내면서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주도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제17대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장관까지 역임하는 등 교육현장과 정책에 두루 정통한 교육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교육현장과 정부,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하는 미래인재 양성, 교육격차 해소 등 윤석열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 후보자가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고교 다양화 300' 정책과 이른바 '일제고사'로 불리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추진한 점 등을 비판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뉴스1과 통화에서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 장·차관을 역임하며 고교 서열화, 일반고 황폐화 문제를 일으켰고 일제고사 도입으로 초·중등 교육을 줄 세우기 경쟁교육으로 몰아갔다"며 "이 후보자 인선은 교육시계를 완전히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 후보자가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 등을 강조했던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학교 성과급제 등 경쟁 위주 정책과 무자격 교장공모제 등을 도입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재곤 교총 정책본부장은 "(과거 교과부) 장관 시절 추진했던 경쟁 기조가 현재까지 이어진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래도 10여년의 시간이 지났고 장관 경험도 있는 만큼 교육계가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 재직 당시 보여 왔던 하향식 정책 결정 대신 학생, 교원, 학부모들의 의견을 정확히 반영해 정책에 녹여내야 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비전, 철학에 대한 철저한 평가, 검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히 교사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고 본인도 장관을 마친 뒤 교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던 데 아쉬움을 표했던 걸로 안다"며 "이제는 과거와 다른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립대학 사무국장 대기발령 등으로 교육부 사기가 떨어지고 국가교육위원회로 중요한 정책 결정 사안이 많이 넘어간 만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등교육계에서도 우려 목소리는 이어졌다. 대학 규제 완화, 구조조정 등 대학에 시장논리를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김영삼(YS) 정부 당시인 1995년 정책 입안에 참여했던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대해 지적했다. 김 정책실장은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들은 신고만 하면 설립이 가능해졌다"며 "그때부터 대학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얼마 뒤 학령인구 감소로 운영이 어려운 대학들이 양산돼 지역 불균형 문제까지 낳았다"고 지적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 후보자는 대학 성과 평가를 취업률 위주로 하고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시장원리에 따른 정책을 펼쳐왔다"며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현 시점에서는 정부가 재정 확충으로 공공성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인 해결이 필요한데 현실과 부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올해 초 K-정책플랫폼에서 '대학 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학 규제완화로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후보자의 과거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 설립 등 교육의 다양성을 추진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며 "시장논리에 따라 사학이 경쟁력을 갖고 개혁을 추진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진영논리에 따라 개편될 우려가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비롯해 초·중등 교육에 쏠려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손봐야 할 여러 과제가 여럿"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장관 공백 장기화 등으로 다소 혼란했던 내부 상황이 장관 임명을 통해 정리됐으면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장관 재직 당시 자사고 설립이나 경쟁 교육이 부각됐던 측면이 있어 현장과 소통은 조금 어렵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최근 교육부 내부가 조금 어수선한 만큼 교육부 장관이 빨리 임명되는 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