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취학연령 만5세로 낮추면 학력 양극화 더 커질 것"

"공교육 들어오면 격차 해소될 것이라는 것은 안이한 기대"
"재수·반수 늘면서 대학 양극화에도 영향 줄 것으로 보여"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브리핑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교육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31일 종로학원은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조정 정책에 대해 "입학 전 충분히 학습상태가 준비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학력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육 양극화 문제가 이슈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만 6세에서 5세로 전환 단계에서는 여러 수준의 학생이 입학하게 되면서 학력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교육부는 2023년 학제 개편 시안을 마련하고, 2024년 확정, 2025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공교육 체계 안에 들어와 출발선상에서의 교육격차를 국가가 책임지고 조기에 해소하고자 한다"며 개편 이유를 밝혔다.

이런 정부의 취지에 대해 종로학원은 "조기교육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잘 된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 간의 양극화 발생이 우려된다"라며 "공교육에 들어오기만 하면 모든 학생이 평등한 교육으로 격차가 해소될 거라는 안이한 기대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빠른 입학으로 향후 재수, 반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며 "현재도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나이가 많은 대학 재학생들의 대입 재도전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간 양극화 문제도 장기적으로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로학원은 이와 함께 입학 연령이 1년 당겨짐에 따라 학부모들에게는 유아 선행학습 등 새로운 부담이 생겨날 수 있다며 당장 2025년부터 조기 입학을 목전에 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불안감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종로학원은 명문학군에 위치한 학교 또는 사립초등학교의 인기가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청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0학년도 2.05대 1이었던 서울 소재 사립초등학교 경쟁률은 2022학년도에 11.7대 1까지 치솟았다.

학교 차원에서도 초등 1학년 부적응 학생이 속출할 수 있어 여러 교육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종로학원은 우려했다. 또 "현재 대학생들은 실업난으로 휴학이 늘어나고 졸업을 늦추는 분위기인데 초등 입학은 조기에 시킨다는 것이 현실 인식이 잘못된 정책 판단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동안 저출생으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육아 비용 절감하기 위해 취학 연령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하지만 아이들을 직접 돌봐야 하는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만 5세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유아발달 단계에 맞지 않으며 교사 수급, 교실 확충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과도기에 학생들이 겪을 연령 차이로 인한 학습 격차, 학생 수 증가에 따른 경쟁 증가도 교육계에서 걱정하고 있는 부작용이다. 일부 학부모 단체도 학제 개편 시기에 맞물린 학생들이 입게 될 불이익 등을 근거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