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혁신고'…대학입시에서 유리할까

학생부 종합전형은 강점…수능 성적은 일반고보다도 낮아
올해 18개교 서울대 진학 2명…대입제도 개선이 '근본과제'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지난달 3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오른쪽 두번째)가 수도권 진보교육감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혁신학교 확대 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figure>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동반 당선되면서 진보교육의 아이콘인 혁신학교가 제2의 전성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교육에 기반을 둔 이상적인 롤 모델이긴 하나 입시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공부해라'는 강요가 아닌 '공부하자'는 자발성을 유도하는 실험은 현실과 동떨어진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입식 입시 위주 교육 대신 토론과 발표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동아리 등 교내외 활동이 많은 혁신고(고교 혁신학교)는 교육부가 확대를 권장하고 있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최적화된 학교로 꼽힌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서울대 진학 실적이 저조하고 수능 성적도 일반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창의 교육과 대학 진학의 균형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혁신학교 578개…고교는 10% 불과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첫 도입한 실험적 교육정책인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20여 명으로 적고 토론과 현장학습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학교당 매년 1억원 안팎의 추가 지원을 받는다.

현재 '발상지'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광주, 강원, 전북, 전남 등 6개 지역에서 578개교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부터 '불모지'인 인천, 부산, 충북, 대전, 세종, 경남, 제주 등에서도 진보교육감의 후원 속에 혁신학교 신설을 예고하고 있는 등 전국적으로 800개교 이상으로 혁신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입과 시간여유가 있는 혁신 초·중학교들은 자유로운 실험이 이뤄져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고교에선 입시 부담으로 교육과정이 난관에 부딪히는 경향이 있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되는데 현재 전국의 570여개 혁신학교 가운데 입시가 절박한 고등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입시전문업체인 진학사에 따르면 교과과정에서 혁신고와 일반고의 차이점은 크지 않다.

대입 관점에서 보면 혁신고 수업은 교과 180단위에 창의적 체험활동 24단위 구성으로 일반고와 동일하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의 주요 교과 편성도 별 차이가 없다. 중등교육에서 배우는 교육과정은 동일하다는 의미다.

다만 수업의 진행 방식이 모둠토론과 발표 위주라는 것과 평가 방식에서 격차가 있다.

일반고는 중간, 기말의 지필고사 비중이 80~90%로 높고 수행평가 비중이 10~20%인 반면 혁신고는 수행평가 비중이 20~50%로 크다.

수행평가는 수업 중의 발표와 과제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이기에 교과별 주제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수업 참여도가 높으며 자발적인 학습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유리…수능은 일반고보다 낮아

교과영역의 성적은 교내에서 상대평가로 산출되기 때문에 대입 수시전형 중에서 교과성적만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교과 100%전형에서 일반고와 유·불리를 따져볼 수는 없다.

하지만 수시모집의 24%를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혁신고의 운영 방식이 유리할 수 있다.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 수도 있고 수업에 대한 건의나 학교 예산의 집행 여부도 결정할 수 있는 등 학교 운영 전반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 수업도 체험, 실습 위주로 구성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학습시간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하고 싶은 활동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이 원하는 분야의 학습을 하도록 시·도 교육청에서 지원된 예산으로 교재 및 시설을 확충할 수도 있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혁신고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평가요소인 비교과영역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며 "토론과 발표 위주의 수업을 통해 주제에 대한 사고력도 키울 수 있어 일부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하는 면접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능 중심인 정시모집에서는 어떨까.

진학사는 지난 2014학년 정시모집에서 진학닷컴에 모의 지원을 했던 재학생 10만7082명 중 혁신고 학생과 일반고 학생의 수능 백분위 평균을 비교한 결과 혁신고 15개교의 수능성적이 일반고에 비해 낮았다고 밝혔다.

진학사에 따르면 국어B+수학A+영어B+사탐(2과목)을 선택하는 인문계열에서 일반고는 백분위 성적 평균이 62.8점이었던 반면 혁신고 학생은 56.9점에 그쳤다.

국어A+수학B+영어B+과탐(2과목)을 선택하는 자연계도 일반고는 60.6점을 기록한 반면 혁신고는 57.5점을 받는데 그쳤다.

진학사 관계자는 "수능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혁신고의 교육 과정이 수시모집 전형에 맞춰진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8개 혁신고, 올해 서울대 진학 고작 2명

흔히 혁신고는 교육부가 확대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학교로 꼽힌다.

혁신고가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하다면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학교는 서울대다.

서울대는 2014학년 입시에서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 779명(24.6%), 수시 일반전형 1838명(58.0%) 등 전체 모집의 82.6%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했다.

하지만 입시전문매체 베리타스알파에 따르면 혁신고의 2014년도 서울대 진학 실적은 고작 2명에 불과했다.

전국 61개 혁신고 중 2010년과 2011년 지정돼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는 학교는 18개교인데 지난해 대입에서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낸 곳은 2개교에서 각 1명씩에 그쳤다. 결국 나머지 16개교에서는 서울대 합격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현 대입 여건상 혁신학교가 확대되더라도 대학 진학실적이 떨어진다면 학생 및 학부모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도 최근 서울 성공회대 고별강연에서 "인근 전세값이 뛸 정도로 혁신초등학교의 인기가 많은 반면 혁신중·고교는 대학 입시 때문에 시들해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결국 혁신학교 살리기는 진보교육감들이 공통공약에서 밝힌대로 초·중등 교육을 왜곡시키는 대학입시제도를 수술해야 하는 근본 과제와 연결돼 있는 셈이다.

andrew@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