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교육장관 내정자, 진보교육감과 충돌 우려

인터뷰서 강한 보수 색채 드러내…정부 교육정책 반대하기도
학자 출신으로 사회부처 총괄하는 부총리 능력에도 의문부호
"진보교육감 컨트롤 및 전교조 법외노조 관철시키려는 인사"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된 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1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figure>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강한 보수적인 색채를 드러낸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일부 교육 정책까지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명수(66) 전 한국교원대 교수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6·4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진보 교육감들을 컨트롤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화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수 내지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개인의 이념 노선과는 별도로 학자 출신이 사회 분야 부처별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흘러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개각을 통해 사회부총리를 겸할 교육부장관에 김명수 전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를 지명했다.

평북 정주 출신인 그는 보수성향의 교육계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색채를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보수진영에서 교과서를 서둘러 만든 것은 사실이나 시각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안 된다거나 맥락을 따지지 않고 표현만으로 흠을 잡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녔다'는 표현도 일본군이 위안부를 관리했고 그들이 끌고 다녔다는 맥락 속에서 표현된 것인데 그냥 '따라다녔다'는 단어 하나만 갖고 문제를 삼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진보진영에서 끊임없이 의식화를 한 결과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도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좌파성향 교사들은 10∼20% 수준일 텐데 목소리가 크고 학부모나 시민단체 등을 동원해 교장 등을 압박한다"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도 문부성이 특정 역사적 사실이나 사안을 어떻게 기술하라고 일일이 지침을 내린다"면서 "교육부의 편수조직 확충은 당연한 일로 지금처럼 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념 대립이 심한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제대로 된 역사관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로 전교조가 자초한 것"이라며 "교원은 법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데 전교조는 사실상 정치에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고사로 불리는 학생평가에 대해서도 교사들이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전교조가 너무 나서니까 피로감이 높아져 현장의 교사들 사이에서도 전교조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서도 "지금 학교현장에서는 넘칠 정도로 학생 인권이 보장되고 있다"며 "교사들이 학생들을 야단치거나 학생들에게 회초리를 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거부 반응을 보였다.

김 내정자가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도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교육부가 추진해온 쉬운 수능 기조, 자유학기제,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초 한 일간지 칼럼에서 "학습능력이 우수한 학생의 학습열을 선행학습 금지라는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일종의 개인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 중 하나인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집법)을 반대했다.

또 지난해 4월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많은 시행착오가 분명히 예상되는 정책의 하나다. 경쟁 교육이 만연한 사회 풍토에서 자유학기제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보수교육감 후보단일화 활동을 벌인 단체의 대표를 맡은 사실도 개운치않은 뒷맛을 남긴다.

한국교육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던 김 내정자는 6·4 지방선거를 세 달 남짓 앞둔 지난 3월 보수우파 교육감후보 단일화를 위해 조직된 '대한민국 올바른 교육감 추대 전국회의'의 상임대표를 맡았다.

이 단체는 문용린 서울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경기교육감 후보 등 10명의 보수 단일후보를 추대했다.

선거 전날인 지난 3일 김 내정자는 단체 명의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올바른교육감 추대 전국회의가 추대한 보수우파 교육감후보를 국민 여러분이 당선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평생 교단에만 선 탓에 교육행정 전문성 및 사회부총리로서 역량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경력이 교육에만 한정돼 노동, 복지, 여성 등 사회 분야 부처를 아우르는 사회부총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에서 교육행정을 가르쳤고 교육학회를 무리없이 이끌어간 점에서 교육부 정책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면서도 "교육부장관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상황에서 다른 부처들의 갈등을 조율하는 카리스마가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보수 성향의 학자를 박 대통령이 새 교육부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진보교육감 13명과 대립 구도를 만들면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관철시키겠다는 뜻"이라며 김 내정자의 발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는 19일에는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1심 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교육부와 진보교육감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진보교육감 13명 중 8명이 김명수 내정자가 부정적으로 보는 전교조 출신이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뉴라이트 성향의 극우적인 역사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김 내정자는 균형잡힌 시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임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를 겸임하며 우리 사회 전반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극단적 보수성향의 인물을 내세웠다"며 "우리 사회가 더욱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andrew@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