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주삿바늘 빼 숨지게 한 딸 '과실→고의' 法 판단 바뀐 이유
징역 2년 6개월·집행유예 4년…1심 과실치사 → 2심 존속살해
"생명에 필수적인 점 알았음에도 뽑아…연명의료법 취지 반해"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주삿바늘을 모두 빼고 연결된 의료기기 전원을 꺼 숨지게 한 딸이 2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과실치사 혐의만 유죄라고 판단한 1심을 뒤집고 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존속살해 혐의를 인정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 정재오 최은정)는 존속살해 혐의를 받는 딸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1심보다 형이 가중됐다.
A 씨는 지난 2022년 11월 12일 심부전·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B 씨(당시 85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요양보호사 경력이 있었던 A 씨는 어머니에게 부착된 인퓨전 펌프(일정한 약의 약물이 투여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 전원을 끄고 주삿바늘을 모두 뽑았다. 환자 상태에 변동이 생기면 알람이 울리는 페이션트 모니터 전원도 꺼버렸다. B 씨의 숨소리가 이상해졌지만 A 씨는 의료진을 부르지 않았고 B 씨는 결국 사망했다.
범행 3일 전 A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어머니의 임종 과정 판단을 전해 듣고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바뀐 의료진의 추가검사 통보에 대한 불만과 인퓨전 펌프 소리에 예민해져 있던 A 씨는 의료진의 허락 없이 장치에 손을 댔다.
지난해 1월 1심은 "A 씨가 피해자를 살해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면서 존속살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과실치사 혐의만 인정했다.
이미 임종기에 접어든 B 씨에 대해 무의미한 추가 혈액검사 등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A 씨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퇴원시키기 위해 이런 행위를 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2심은 A 씨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며 이 같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인퓨전 펌프가 생명 유지에 필수적 장치라는 점을 알았음에도 임의로 장치를 껐다고 판단했다.
또 이미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내려진 상태여서 A 씨 행위와 B 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으로부터 임종 과정 판단을 받고 피고인 동의를 받고 연명의료 중단 결정·절차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연명의료결정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직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피해자를 부양·간병했고 수년간 다른 가족의 투병·사망 등으로 신경증적 불안증에 시달려왔다"며 "범행 당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요양병원으로 빨리 옮겨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인 충동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저지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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