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등기 이사도 근로자…임기 만료가 근로계약 종료 아냐"

"등기이사도 지휘·감독 아래 일하는 근로계약서 체결했다면 근로자"

서울행정법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회사의 등기 이사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하고, 이사 임기 만료가 근로 계약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부당해고 구제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등기 이사 A 씨가 부당해고 관련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2014년 B 주식회사에 입사한 A 씨는 2016년 이사로 선임된 후 2022년 9월30일까지 등기 이사로 재직했다. 2022년 8월부터 회사와 사직 관련 논의에 들어간 A 씨는 "9월28일까지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급여와 퇴직금, 보너스, 위로금 등을 지급하겠다"는 회사의 권고사직 제안을 다시 협의하자며 거절했다.

그러자 회사는 다음날인 9월29일 A 씨가 직원 채용 지시에 불응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폭언 등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며 징계사유를 들어 A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A 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사측이 A 씨에게 원직 복직과 해고 기간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불복한 회사는 다음 해인 2023년 3월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중노위는 회사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면서도 "근로계약 기간이 2022년 9월30일 만료돼 원직 복직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등기이사 임기 만료일까지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도록 한 구제명령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9월30일을 해고일로 판단해 1~2일 치의 임금만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A 씨 역시 "재심 판정에서 근로계약 만료일로 판단한 2022년 9월30일은 등기이사로서의 임기 만료일에 불과하고 근로계약이 이때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불복, 행정법원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사의 근로계약 관계는 사내이사로 등기가 이루어진 것과 관계없이 유지됐으므로 등기이사 임기 만료로써 당연히 종료됐다고 볼 수 없고, 관련 판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쟁점이 된 '등기이사인 A 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근로계약에 따라 매일 출근해 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씨가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법률상 이익은 모두 실현됐고 근로관계 종료의 부당함을 다투고자 했다면 구제신청 취지를 변경했어야 한다'는 회사와 중노위의 주장에 대해선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향유할 법적 지위와 이익의 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배척했다.

그러면서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설령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하여 해고 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목적에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비록 이 사건 재심 판정이 부당해고임을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임금 상당액의 지급 범위와 원직 복직 여부에 관해 이 사건 초심 판정과 판단을 달리해 불이익하게 변경한 부분에 관해서는 A 씨가 여전히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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