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전투헬기 조종하다 생긴 난청…법원 "국가유공자 인정해야"

비행만 5765시간…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에도 공상군경 불인정
"국가 수호·국민 생명 보호 직무수행 중 발생…공상군경 해당"

서울행정·가정법원. /뉴스1 DB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여년간 육군 헬기 조종사로 근무하다 난청을 얻고 퇴역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퇴역 군인 A 씨가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1990년 육군에 입대해 21년간 헬기 조종사로 근무하다 정년 퇴역했다. 비행 경력증명서에 따르면 A 씨의 총 비행시간은 5765시간, 착륙 횟수는 1만 2460회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투용 헬기를 비행한 시간은 4320시간, 착륙 횟수는 1만942회다.

군복무 당시인 2010년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은 A 씨는 퇴역 뒤 난청과 관련해 재해부상군경에서 공상군경으로 변경을 신청하는 내용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국은 A 씨 질병의 직접적 원인이 국가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 수행·교육 훈련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해부상군경과 공상군경은 국가 수호, 국민 생명 등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 수행 중 부상·질병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나뉜다. 재해부상군경은 보훈보상대상자, 공상군경은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의 난청은 헬기 조종 중 노출된 소음을 지배적인 원인으로 해 발생한 소음성 난청"이라며 "또 헬기 조종은 국가 수호·안전 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위한 경우이므로 공상군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헬기 소음 외에 다른 원인으로 난청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당국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훈지청은 이미 난청과 관련해 A 씨를 재해부상군경으로 등록했는데 이는 난청이 군복무로 발병·악화하는 등 그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