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서 '마약음료' 먹이고 협박…주범, 2심도 징역 23년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이른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20대 주범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는 1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으로 기소된 마약 음료 제조책 이 모 씨(27)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단에 사실오인, 법리 오해가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양형 조건에도 사정 변경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범죄집단 가입·활동, 공갈 미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 모 씨와 또 다른 김 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이들 역시 1심에서 선고된 형량과 같다.

공갈미수 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또 다른 공범 류 모 씨와 박 모 씨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중·고등학생 13명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마약 음료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것으로, 이 씨가 국내외 공범들과 제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에게는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해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뒤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씨에게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미성년자 마약 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마약류관리법 58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제공하거나 투약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월 1심은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 협박하려고 한 계획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범행으로, 미성년자를 영리 도구로 이용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 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 씨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제조·관리·공급·모집책 일당은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18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마약 음료를 제조한 길 모 씨는 2심에서 1심 징역 15년보다 무거운 징역 18년을 선고받았고,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 모 씨도 1심 징역 8년에서 2심 징역 10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그 밖에 필로폰 공급책 박 모 씨와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 모 씨에게는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10년, 징역 7년이 각각 선고됐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