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해소" 일성 취임 1주년 조희대…'법관 증원' 숙제로

법원장 재판에 법조일원화 완화…'체크 리스트' 지우기 추진
동성 동반자 피부양자 자격 인정 등 '기본권 넓히기' 행보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12.1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국민들이 지금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여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8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사에서 내세운 일성은 '재판 지연' 해소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의 원인이 어느 한 곳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세심하고 다각적인 분석으로 엉켜있는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올 한 해 법원장 재판과 사무분담 개선, 법조일원화(법조 경력자 중 법관 선발) 완화 등의 '체크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 나가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법관 증원법이 다시금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2월 첫인사 '법원장 재판'으로 제도 개선 시동…"긴 호흡으로 봐 달라"

조 대법원장은 가장 먼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신속한 재판을 위해 법원장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법원장들 역시 장기미제 사건 처리 사무를 분담하는 등 선도적·중심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어 지난 2월 초 첫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법원장도 재판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됐다. 또 잦은 인사이동에 따른 사건 심리 단절 등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일을 차단하기 위해 최소 사무분담 기간을 개정, 재판장 임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배석판사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법조일원화 제도를 완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22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한의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21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까지 통과했으나 임기 종료 시까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통과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법관 정원은 2014년 370명 늘어난 뒤로 10년간 묶여 있는데, 법조계에서는 법관 정원이 부족해 재판부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주도로 시작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 아직 손질 중이다. 법원 소속 판사들로부터 후보자 추천받아 법원장 임명하는 제도. 투표제로 인해 법원장 리더십이 상실돼 신속 재판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제도 개선의 효과가) 수치로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인 만큼 긴 호흡으로 지켜봐 주신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동성 동반자, 구속 피고인…기본권 보장 폭넓게 본 '조희대 코트'

이런 가운데서도 '조희대 코트'는 기본권 보장의 범위를 이전보다 넓혀 가는 판단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동성 동반자도 사실혼 관계의 이성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는 단순 동거를 뛰어넘어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 의무를 바탕으로 부부 공동생활에 준하는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다"며 "피고(건강보험공단)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동성 동반자의 배우자 지위를 법적으로 확정 지은 것은 아니나, 해당 판결로 동성 동반자를 이성 배우자와 달리 대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판 중인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 인해 구속된 피고인에게도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고 판단,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 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한 것 역시 피고인의 인권 보장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졌다.

공개 변론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열린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 미개정'과 관련된 국가 배상 소송 공개 변론에서는, 장애인 접근권 개선에 대한 국가 책임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장애인들과 정부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동성 부부 소성욱씨와 김용민씨가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4.7.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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